▲ 이재명 디지털미디어국 선임기자

“유월이라 유두일에…홍로유금(紅爐流金, 화로에 금이 녹을 정도로 덥다) 되었으니 나체노발(裸體露髮, 나체 상태로 머리카락을 풂) 못견디네…어와 벗님네야 빈천을 한치마라. 이렇듯 노닐 적에 슬프다 우리 부모 유두절을 모르시나…”

조선시대 때 부녀자들 사이에 유행한 가사다. 지난 27일은 중복이자 유두(流頭)였다. 유두(流頭)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을 줄인 말이다. 조상들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東流水)은 양기가 풍부해 머리를 감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건강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울산에서도 곳곳의 폭포에 물을 맞으러 가는 피서객들이 줄을 이었다.

울산의 대표적인 물맞이 장소가 바로 ‘지지물탕’. 허고개, 지지고개 등으로 불리는 이 고개는 두동 사람들이 울산장에 갔다가 돌아 올 때 허기가 져 고개를 못 넘는다고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선비가 과거 보러 가다가 고개가 너무 높아 가던 길을 멈췄다(止止)고 해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1960~1970년대 지지물탕은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필자의 모친도 음력 6월15일만 되면 2박3일 동안 장기휴가를 갔다. 물탕골에는 대숲안에 어른 키 두배 정도의 폭포가 있었는데, 물이 얼마나 찼는지 물탕골 앞에는 사람들이 한겨울 이불을 둘렀다. 그러다 보니 물탕골 앞에는 밥집도 생기고 술집도 문을 열었다. 지지고개 정상부에 있는 현 ‘지지워터피아’도 지지물탕에서 비롯된 것이다.

▲ 양귀비가 머리를 말렸던 관풍루(觀風樓).

머리를 감고 산 위에 올라가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는 것을 즐풍(櫛風)이라고 한다. 또 남자들이 햇볕 좋은 날 산에 올라 바람으로 하체를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이라 한다. 원래 즐풍은 <장자(莊子)> ‘천하(天下)장’에 나온다. 하(夏)나라를 세운 우(禹)임금이 황하를 다스릴 때 ‘퍼붓는 빗물로 목욕을 하고(沐甚雨), 몰아치는 바람에 머리를 감으면서(櫛疾風) 일했다’는 데서 나왔다.

당 현종이 총애하던 양귀비도 머리를 감고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것을 좋아했다. 중국 서안 여산에 가면 양귀비가 자주 가던 화청지(화청궁)가 있는데, 여러가지 목욕시설 가운데 관풍루(觀風樓)가 눈에 띈다. 양귀비는 이 누각에서 온갖 향기로운 비누로 목욕을 하고 관풍루에서 머리를 말렸다.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탁족도 좋고 거풍도 좋고, 즐풍도 좋다. 살인 더위만 피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못 갈소냐. 이재명 디지털미디어국 선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