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실제같은 의료계 현실 그려
이작가 특유의 촘촘한 구성
배우들의 명품연기도 한몫

▲ 배우 이규형, 이동욱, 원진아, 홍종찬 감독, 문소리, 조승우, 유재명(왼쪽부터)이 지난 23일 임피리얼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JTBC 새 월화드라마 ‘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쯤 누운 자세로 오징어를 뜯으며 보다가는 어느 순간 이야기로부터 ‘왕따’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만큼은 곧은 자세로 앉아 오감을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tvN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또 한 번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낸 작품, JTBC ‘라이프’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병원이 배경인데, 인물 간 두뇌 싸움이나 사건 스케일이 검찰을 배경으로 삼은 ‘비밀의 숲’ 못지않다.

‘라이프’는 의학 드라마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연애담을 그리지도, 의사들 간 승진 등 권력 쟁취를 위한 싸움을 묘사하지도 않는다.

‘라이프’ 무대인 상국대병원은 병원장 이보훈(천호진 분)이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부원장 김태상(문성근)의 계략 아래 ‘전문 경영인’ 구승효(조승우)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실적 제일주의’ 구승효는 남다른 지식 습득력과 치밀한 준비능력을 갖춘 인물이지만, 여러 가지 의료용 가위를 보고 “뭐야, 이발소 가위?”라고 물을 만큼 의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상국대병원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낙산의료원 파견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과로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곳들을 찍어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 단순히 드라마 속 ‘픽션’으로 보기가 어렵다. 의료계에서 이윤만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또 환자 정보를 생명보험사에 넘겨버리고, 시민 의료권은 안중에도 없이 병원을 전형적인 사업 구조조정 방식으로 갈아엎으려 하는 구승효가 있는가 하면 이보훈이나 주경문(유재명)처럼 의료의 본래 이념에 충실한 사람들도 있다. 이것 역시 의료계 현실이다.

이렇듯 이수연 작가는 치밀한 취재를 통해 지금껏 국내 의학 드라마들이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비밀의 숲’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죽으면서 시작하고,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해가는 재미를 더했다. 전작을 보면 시청자는 아마도 마지막까지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스토리를 화려하게 풀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배우들이다.

특히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 검사로 열연한 조승우는 이번에 구승효로 변신해 또 다른 독보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이동욱 역시 실제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처럼 예진우의 파리한 인상과 예민한 내면을 그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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