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평화로운 공존
북한이탈학생·가족의 안정적 정착이
성공적인 통일 준비하는 중요 과제

▲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등학교 교장

사람마다 살아가는 형편에 따른 인구 이동은 세계적으로 점점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인종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도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이주자, 유학생, 동반·중도 입국자, 외국인 기업가, 선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되면서 학교 교육과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울산의 다문화 학생은 2017년 기준 2523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1.79%를 차지하고 있다. 국적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순이다. 북한이탈학생도 47명이나 된다. 다문화가정으로 인한 중도입국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해 155명에 이른다. 이들의 학교생활적응을 위한 이중언어강사를 21개교에 27명을 지원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의 비전에서 다문화 교육의 희망을 본다.

우리나라는 현재 또 다른 의미로 다문화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바로 한반도 통일시대가 성큼 다가 온 것이다. 통일시대의 다문화교육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고양시켜 세계 속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이 대(大)한국 건설이나 한(韓)민족 중심국가의 관념을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와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야한다. 이미 다양화돼 있는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북한 문명이라는 새로운 주체를 만나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과정이자 새로운 결과를 지칭하는 복합적인 말이 통일시대의 다문화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단순히 남과 북이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탈학생과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성공적인 통일을 준비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청소년들의 평가는 국제결혼자녀,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부정적이고 사회적 거리감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백인을 북한이탈주민보다 더 우리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 혹은 제3국에서 힘들었던 여러 경험, 탈북과정에서의 공백, 개인적인 특성, 가정환경에 따라 학습 수준이나 적응 양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형화 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일선학교와 센터 직원이나 봉사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의 가난과 통제, 남한의 풍요와 자유를 대비시켜보기도 한다. 살아가다 어려운 일을 만나면 국가가 알아서 해 주는 북한을 그리워하며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 남한의 삶에서 남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북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 같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 등 다중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 만난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의 힘들고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존중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통한 개인적 사회적 포용력을 넓히려는 노력은 통일을 앞당기는 또 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필자가 속한 교직원자원봉사회에서는 여러 해 다문화가족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민족이 다른 민족에 의해 존중받기 위해서 다른 민족을 먼저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곧 다문화교육이다. 우리 민족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민족도 소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한다. 또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우리 민족을 이해하고 포용해 진정한 통일시대에 대한 대비와 함께 세계 속 하나의 한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통일이라 함은 하루빨리 다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것이 아닐까.

임길엽 교직원자원봉사회 회장 전 대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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