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울산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현장을 가다

▲ 울산대 밴드동아리 ‘블랙시그마’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김도현 기자 gulbee09@ksilbo.co.kr

울산대 밴드 ‘블랙시그마’
록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
정기공연 앞두고 연습 한창
베베합창단
아기 키우는 엄마들로 구성
육아 스트레스 탈출구 역할
신중년마술협회
60대 이상 회원들 봉사공연
나눔과 소통의 즐거움 선물

세상을 살면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취미활동으로 남겨놓는다.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인 취미활동은 20대의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는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기도 한다. 퇴직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이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특별한 장기가 된다.

올해 울산에서 처음 시행된 울산문화재단의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사업’에 선정된 동호회들을 만나 그들에게 취미생활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들어보았다.

◇평생에 한 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무대

매미소리가 맹렬하던 지난달 31일 울산대학교 록밴드 ‘블랙시그마’의 동아리실을 찾았다. 굳이 어느 동아리실인지 찾을 필요가 없었다. 동아리동 건물 앞에서부터 한여름의 매미소리는 가볍게 덮을 만큼 강렬한 드럼과 기타소리가 들려왔다.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시그마 동아리실에는 1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합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오는 4일 울산대학교 해송홀에서 일년 중 가장 큰 자체행사인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어 연습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

재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블랙시그마가 오로지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특히 이번 정기공연은 2학년 재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중 딱 한 번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다. 대학교 록밴드 동아리로 활동하며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자체공연을 위해서는 음향, 조명, 포스터 제작 등 2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 블랙시그마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사업에 신청을 한 이유다.

블랙시그마 김수정 회장은 “대학교 동아리라 운영비가 넉넉지 않다. 악기 구입비용부터 소모품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다행히 올해 지원사업에 선정돼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보다 퀄리티 있는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육아로 지친 마음 노래로 달래요”

베베합창단은 울산지역 임신부와 육아맘, 이주여성 등으로 구성된 동호회다. 육아맘의 특성상 아기와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도 선다. 잠에서 깬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베베합창단이 들려주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베베합창단의 회원은 현재 10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여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속해 있었으나, 월 3만원의 회비가 부담돼 활동을 쉬는 회원들이 생겼다. 회비는 연습실 대관료와 전문지휘자 및 반주자의 급여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인원이 적어지면서 합창 동호회를 지속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사업에 선정돼 재정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베베합창단 김세나 회장은 “합창을 하는 순간은 육아로 지친 엄마들이 잠시라도 자신을 찾고 당당해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생활문화예술동호회를 위한 전용 문화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회원들의 활동이 보다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미로 시작한 마술로 베푸는 삶을 살다

자기 만족을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봉사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퇴직 공무원들과 교사 등으로 구성된 신중년마술협회다.

평균 연령 60대 이상의 회원들이 주축인 신중년마술협회는 매달 3~4차례 요양원과 병원, 경로당 등에서 봉사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6년 공무원들을 위한 마술 교실에서 만난 초창기 멤버 10명이 동호회를 만들면서 현재는 18명으로 늘어났다. 취미로 시작했던 마술을 통해 방과후 교사로 복직한 회원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연습공간 섭외와 각종 마술도구 구입비용은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특히 자신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에게 강습을 받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신중년마술협회 우한곤 회장은 “회원들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큰 목표는 없다. 재미로 시작한 마술이지만 배웠으니 써먹고 싶기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생활문화예술동호회를 위한 지원이 올해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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