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말 그대로 여름휴가 시즌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끓는 듯한 더위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휴가지가 별로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8월이 시작되니 휴가라는 단어에 마음이 설렌다.

이왕 설레는 김에 감수성을 더욱 발휘하여 윤동주 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말 한마디를 불러 보려는데, 바다, 시원한 수박, 그늘이 멋진 파라솔, 알록달록 수영복까지 오고 보니 뒤이어 연상되는 단어는, 안타깝게도 몰래카메라다.

흔히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촬영을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방식을 몰래카메라라고 한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카메라가 고성능·소형화되면서 이전보다 손쉽게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아졌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타인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몰래카메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현행법에서는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에서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흔히들 이런 행위를 몰래카메라나 몰카라 하여 쉽게 불러 왔지만 정확하게는 불법촬영이고, 동시에 범죄다. 물론 동조에서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으로 요건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모든 촬영행위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모처럼의 휴식인, 길지 않은 휴가 기간 동안 나를 즐겁게 했던 장면들, 꼭 기억해 두고픈 장면들만 남겨도 적지 않을 터인데, 타인의 신체를 그것도 허락도 없이 찍을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두 손가락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특정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는데, 과연 전신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특정 신체 부위만 찍혔기 때문에, 찍힌 사람이 특정되지 않는 사진이라 하여도, 누군지를 알아볼 수도 없이 타인의 특정한 신체 부위만 찍었다면 그러한 행동에는 분명히 어떠한 의도가 있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 사회 내에서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조항을 두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허락 없이 타인을 촬영하는 행위가 모두 처벌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을 함부로 찍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에게는 이른바 찍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울산청의 카메라등이용촬영 행위의 검거율이 거의 100%라고 한다. 찍으면, 잡힌다! 그러니 찍지 말자!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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