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생명을 선물로 주는 것
누구든 수혈 필요한 경우 생겨
모두를 살리는 생명나눔 동참을

▲ 홍두화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장

헌혈을 한다는 것은 생명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문화다. 누군가에게 생명과 건강을 주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세명중 한명은 어느 시점에 수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헌혈률은 5.64%, 헌혈자 실인원수 기준 국민 헌혈률은 4.34%에 그치고 있다. 인구 100명당 헌혈자가 5명도 안되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는 늘어가고 헌혈가능 인구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 7월 울산 관내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1학년 학생수가 3학년 학생수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애기를 듣고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하며 그날 밤 잠을 설치기도 했다. 헌혈 의존도가 높은 10대, 20대의 헌혈이 10년전에 비해 약 10%가 줄었다. 혈액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30대, 40대 중장년층 헌혈이 절실한 이유이고 늘 혈액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범정부 차원에서 혈액 사업 개선을 위한 노력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는 2017년 약 30% 수준인 중장년층 헌혈자 비율을 2022년까지 42%로 늘리기 위해 직장인 참여를 위한 헌혈 공가 제도 활성화, 추가 혈액검사 및 철분제 제공의 건강관리 서비스 등 헌혈자 예우제도의 선진화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울산 지역에서도 시청, 교육청, 경찰청, 상공회의소, 127연대, 울산대학교병원,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 등 민관군 8개 기관이 협력하는 ‘울산광역시 헌혈추진협의회’가 지난 6월에 개최되었다. 협의회 소속기관 및 산하기관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통해 혈액 수급 불균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각종 홍보활동을 통해 헌혈자 저변 확대 및 긍정적 헌혈문화 확산으로 안정적 혈액 공급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이런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혈액이 부족한 하절기마다 반복되는 헌혈자 확보 노력은 거의 몸부림에 가깝다. 우리 몸속에서 혈액이 가진 신비스런 기능을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헌혈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울산에서의 혈액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연간 9만4670명의 목표를 세웠고 하루 평균 약 260명의 헌혈자가 소매를 걷어 올려야 한다. 혈액원에서는 안전하고 신선한 혈액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양만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경제발전도 생명의 가치와 인간존중의 바탕 위에 추진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수혈 받는 사람들이 먼 별나라에서 온 외계인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부모형제고, 이웃이고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헌혈은 몇몇 헌혈자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곤란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천 할 수 있고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많은 질병과 사고로 위험을 숙명으로 안고 사는 현대사회에서 헌혈하는 분들이 있어 우리사회가 이렇게 건강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헌혈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져야할 책임이 아닐까?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소나무를 기념식수하였다. 소나무는 스스로 푸르름을 자랑하여 흔히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과함께 대표적인 강직함의 상징으로 연상된다. 소나무는 분명 좋은 나무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참나무와 같은 삶을 살라는 제언을 하고 싶다. 참나무는 도토리와 같은 열매를 맺어 양식을 제공하고 나뭇잎은 떨어져 거름으로 쓰이면서 자연의 생태계를 이롭게 한다. 헌혈을 한다는 것은 참나무와 같이 매년 자기희생을 통해 변함없이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헌혈이 ‘누구에게나 존중되고 모든 것 위에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기본’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홍두화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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