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중구 20일 간격으로

태화강변서 유사 행사 진행

예산낭비 지적 목소리 높아

무더위 속 타는 목마름을 해소하는데는 시원한 맥주가 최고다. 이에 국민야식으로 통하는 치킨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하지만 맥주에 치킨이 아무리 대세라도 이를 내세운 비슷한 콘셉트의 지역축제가 단 며칠의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장소에서 잇달아 개최돼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축제관련 예산을 후원하는 지자체 간의 사전협의와 조율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지난 3~4일 태화강 남구 둔치 일원(옛 태화호텔 앞)에서 올해 처음으로 ‘태화강 여름축제-웰컴 투 치맥 데이’ 행사를 펼쳤다. 민선 7기 행사의 간소화 계획에 따라 별도의 개막식 없이 진행됐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맥주를 맛보는 동시에 어쿠스틱 밴드의 음악과 K-POP 퍼포먼스팀 및 인기 힙합가수들의 콘서트까지 관람하는 축제마당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치맥 페스티벌은 오는 23~25일 울산시 중구 성남동 태화강 체육공원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강북에서 비슷한 축제가 잇따라 열리는 것이다. 축제 구성과 일정이 이렇게 된 데는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지원한 남구쪽과 달리 중구쪽 행사는 울산 중구의 후원을 받아 중구문화원이 마련한다. 축제 이름은 ‘라스트 바캉스-태화강 치맥페스티벌’이며, 지난해 이어 올해 2번째 열린다.

두 축제는 공연 무대의 규모와 출연진의 인지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행사의 취지와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축제는 이름만 다르고 콘셉트는 거의 같다. 한마디로 ‘여름날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강 둔치에서 치킨 및 맥주를 즐기는 파티의 장’으로 요약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지역축제에 울산시와 울산 중구가 각각 수억원씩 예산을 따로 집행한 것이다.

한 축제 전문가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인기가 높아진 이후 광역 및 기초를 가리지않고 전국 곳곳마다 여름철을 겨냥해 야외에서 ‘치맥’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울산처럼 강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시기에 한 곳에서, 그 것도 공공기관 예산으로 치맥 파티가 잇달아 마련되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지역의 축제기획자는 “민선7기 출범이후 지역축제의 조정과 통합을 위한 민관추진단을 구성하고 축제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상운영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 치맥 페스티벌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대부분의 축제가 지자체의 지원이나 후원으로 치러지는 울산 실정을 감안할 때, 예산예산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광역­기초, 기초­기초 간의 업무협의가 좀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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