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함께 울산지역 농민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달 11일 발효된 폭염특보가 역대 최장인 26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여름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과일 등 농작물의 화상 등 일소 피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소피해는 고온과 강한 직사광선에 의해 과실 표면이 데이는 현상을 말한다. 나무의 자람이 약하거나 강한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된 경우에 많이 발생, 초기에는 햇볕이 직접 닿은 면이 흰색 또는 엷은 노란색으로 변하고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갈색으로 변하며, 2차적으로 탄저병 등 병원균에 감염돼 썩는다.

울주군의 주력 생산품목인 배 농가의 피해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강해 증산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잎을 통한 수분 배출에 따른 양분 부족으로 배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설익는 현상이 잇따라 수확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봉지를 씌우지 않은 배는 햇빛의 접촉면만 붉은색을 띨 정도로 색상이 변해 상품성이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원협 관계자는 “현재 수준이면 전년대비 10% 정도 수확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이달 중순에서 하순까지 현 기상상태가 유지될 경우 적게는 30%, 많게는 전년대비 50% 가량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과수는 한해 피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 봄 개화와 수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민들의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밭농사 역시 피해가 적지 않다. 고추와 오이, 가지, 호박 등은 폭염 및 수분 부족으로 고사가 발생하고 있다. 수도시설이 설치된 밭은 피해가 덜하지만 수원이 없는 곳은 작황 급감이 예상된다. 울주군 관계자는 “당분간 비 소식이 없고 폭염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달 중순께까지 현 상태가 이어질 경우 각종 분야의 피해가 급격히 커질 수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울산시와 각 구·군의 적기 대응이 절실하다. 관련 당국은 때를 놓치지 말고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장단기 대책을 세워 단기적으로는 농작물 관리 등 상황별 대응 요령을 신속히 농가에 알리고 살수차 등 가용 가능한 장비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불가항력적인 피해에 대한 지원 및 보상대책을 마련, 피해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의 상시화에 대비,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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