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12년전 국내 최대 액체항만인 울산항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항만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세계 3대 오일허브인 유럽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찾아 항만운영체계와 항만서비스 등을 살펴봤다. 네덜란드 항만공사, 글로벌 탱크터미널 업체인 보팍의 본사 회장 등을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 등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항만공사에서 항만업무를 일괄적으로 총괄하면서 업무의 포커스는 오로지 항만을 통한 기업의 서비스 향상에 맞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보팍의 회장이 “미래 항만의 경쟁력은 기업서비스의 잣대에 달려있다”고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 세계 유수의 선사와 화주들이 세계 일류항만을 꼽는데, 네덜란드가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다시말해 항만공사는 항만을 관리하고 각종 업무를 지원하면서 권위나 엄격한 규제보다는 항만의 주인을 이용자라는 인식을 갖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24시간 기업지원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도 이러한 항만을 통한 기업들의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면서 지금과 같이 아시아 물류중심지로 성장했다.

어느덧 출범 10년을 훌쩍 넘긴 울산항만공사(UPA). 과연 울산항을 이용하는 항만종사자들과 기업들의 눈에 비친 UPA의 모습은 어떨까. 또 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등 CIQ기관들은 어느수준에 올라와 있을까. 며칠전 울산항 최대 화주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와 선사, 항운노조, 세관, UPA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들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했다. 항만공사와 관세청이 울산항을 통한 수출물량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 등 머리를 맞대기 위한 자리여서 그런지, 이용자인 화주도 항만당국도 기업과 항만의 동반성장이라는 큰 명제하에 고무되어 있는 듯 해 보였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는 항만당국의 활동 하나하나가 울산항의 질적 서비스를 높여 선진항만으로 도약하는데 밀알이 될 것입니다” “울산항만당국의 맞춤형 지원서비스가 더욱 확대되어 기업과 항만의 동반성장이 기대됩니다” 항만이용자들은 연신 항만당국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관세청은 울산항 6부두를 수출용 자동차 임시보관 장소로 활용하도록 해 달라는 현대차와 울산항만공사의 요청에 대해 관련 규정 개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물류비 절감으로 한해 수억원대의 비용을 절감하고, 항만당국은 타 항만으로 유출된 수출물량을 울산항내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항만효율 향상 등을 노릴 수 있게 된다.

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그저 관행이고 손볼 여지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 곳곳에서 일어난다면 누가 울산항을 이용하고 싶겠는가. 비단 자동차 산업뿐 아니다. 울산은 최악의 경기불황으로 항만을 통한 자동차,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항만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눈에 비쳐진 규제는 관리당국으로서도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수출기업이 밀집돼 있는 울산항에서 항만당국과 화주, 항운노조, 선사 등 이용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결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울산항만 서비스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을듯 하다. 그래서 앞으로 더 이용자 중심의 항만으로 도약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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