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일산해수욕장 파수꾼 ‘여름파출소’ 야간 동행취재

▲ 여름파출소 경찰들이 지난 3일 늦은시간 피서객들간의 시비로 인한 소란 현장에서 중재를 하고 있다.

여름휴가의 절정을 맞은 지난 3일 밤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방학에 ‘불금’까지 맞은 해수욕장은 물 반, 사람 반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경기침체로 조용하던 동네가 사람들로 가득차자 인근 상인들은 “간만에 사람사는 곳 같아졌다”며 호객행위에 열을 올렸고, 밤이 깊어질수록 피서객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 시각 해수욕장 일대 순찰에 나서는 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가를 맞아 일상을 벗어난 피서객들의 일탈(?)로 출동할 일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 밤을 즐기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밤을 지켜야하는 경찰의 하루를 동행취재했다.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

취객 귀가부터 운전시비까지

순식간에 신고 4~5건씩 접수

야간 입수자·폭죽사용 제지

안전한 피서 위해 긴장백배

◇정신잃은 주취자 귀가에 시비 중재까지

밤 10시. 운영시간이 끝난 여름파출소를 대신해 일산해수욕장 야간순찰을 맡은 방어진지구대 순찰차량에 기다렸다는 듯 “술 취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지금부터 한참 정신없을 겁니다.” 운전석에 있던 서영배 경위의 경고와 함께 순찰차량은 현장으로 내달렸다.

일산해수욕장내 한 편의점 앞에는 접수된 신고 내용처럼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인도 위에 걸터앉아 잠들어 있었다. 차에서 내린 조정원 순경이 익숙한 듯 취객을 흔들며 “집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취객은 집은 물론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조차 말하지 못했다.

“지갑도 없네요” 자칫 장기전으로 흐를까 우려하던 그때 취객 주머니 속에서 거짓말처럼 주민등록등본이 나왔다. 취객을 순찰차에 싣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서 경위의 당부가 이어졌다. “어르신 건강에 안 좋으니 술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신분증은 꼭 들고 다니세요”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한 취객은 여전히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나 때문에 미안하다”고 답했다.

취객의 무사귀가를 마무리한 서 경위는 “그래도 방금 주취자는 양반이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조 순경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보통 주취자 관련 현장 출동에는 폭력과 폭언이 다반사이기 때문.

예상보다 순탄하게 주취자 귀가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할 찰나, 5분도 안돼 또다시 순찰차 무전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번에는 교통사고 시비다.

현장에 도착하자 차량 운전자가 서 경위를 붙잡고 “황당하다”며 열변을 토했다. 다른 쪽에서는 차에 부딪쳐 부상을 당했다는 보행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운전자가 그냥 가려했다”며 조 순경을 붙잡고 반박했다.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거나하게 취한 피서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한마디씩 보태며 현장은 더 아수라장이 됐고, 운전자와 보행자 일행들까지 흥분해 험한 욕설과 함께 폭력사태 직전까지 흘렀다.

다행히 서 경위와 조 순경이 이들을 막아서고 교통사고 접수를 하는 것으로 중재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

◇단순 ‘두통신고’에도 긴장

출동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동안에도 순찰차에는 각종 신고가 이어졌다. 신고접수 내용이 함께 들어오는 경찰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순식간에 신고 접수가 4~5개 쌓였다.

이중 ‘머리가 아프다’라는 신고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신고도 경찰이 처리하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 순경이 진지하게 답했다. “다양한 신고가 들어온다. 사소하고 황당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면 전혀 다른 심각한 사건일 수도 있다. 머리가 아프다는게 혹 누군가에게 맞아서 일 수도 있으니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신고자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른 순찰차가 현장으로 출동했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신고가 아니더라도 여름 밤 경찰의 업무는 다양하다. 경찰·소방·행정이 함께 하는 여름파출소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10시)에는 예방활동도 필수다.

같은 날 오후 8시. 형광 순찰조끼를 입은 이상갑 경위와 함께 여름파출소를 중심으로 1㎞ 정도의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순찰했다. 오후 6시부터 피서객들의 입수가 금지되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객기를 부리며 바다 속을 향하는 피서객들이 주요 순찰 대상이다.

순찰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경위의 눈에 야간 입수자들이 포착됐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나와라”는 이 경위의 제지에 피서객들이 물 밖으로 나왔다.

폭죽 단속도 순찰 대상이다. 해변에서 전면금지된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때마다 이 경위의 호루라기도 불을 뿜었다. 40분이 넘는 순찰 시간 동안 비슷한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이 경위는 “가족들과 기분 내려고 폭죽을 터트리는 경우 막는 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시민과 피서객 안전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단속을 실시한다”며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여름을 위해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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