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경 울산시 남구 신선로

5·13북미간의 핵 폐기 협상에 이어 곧바로 남북미 3개국 사이에 한반도의 종전약속을 기대했던 정부의 바람이 이미 무산되었고 북미간의 2차회담 소식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의 친서가 또다시 트럼프에 전해지는 등 북미간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간 북미간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이 없진 않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이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종전약속을 체결하길 바라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종전협정을 체결하기 이전에 반드시 선행해야 할 절차는 북한의 군사 위협요인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이다. 알다시피 북한의 병력은 남한의 갑절 이상이며 장사정포를 포함한 포의 숫자도 남한의 2.5배에 달하며 대륙간 탄도미사일 뿐아니라 남한전역이 북한의 사정권 내에 있으며 가공할만한 생화학 무기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위험요인들을 하나도 제거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도장만 찍는다는 발상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종전합의서’란 문서 자체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마력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상대가 약속을 어겨도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6·25 동란후 당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대한 감시는 4개의 중립국가에서 파견된 사람들로 하여금 감시하도록 하였는데 남한은 현재 유엔에서 파견한 나라에서 감사를 하고 있지만 북한측이 지정한 두 나라는 1993년과 1995년 이후 북측의 반대로 파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995년 남,북,미,중,일본,러시아 등 6개국 합의로 발족한 KEDO 즉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2기의 경수로를 건설해주기로 하고 시작되었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북한의 핵개발이 탄로 나는 바람에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었고 우리나라가 지불한 금액만 2조원가량 이었다.

그리고 지난 6·13일 미국과의 회담에서 핵 폐기를 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아직까지 자신들의 패를 숨긴 채 미국과의 협상은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협상에서 지금까지 특별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 북미양국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대화의 끈을 이어가면서도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대북제재는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실질적 역할을 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기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풀면 안된다고 판단된다.

개인간의 거래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대 국가간의 모든 협상들은 감성적이 아니고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하도록 해야 하며 북한과의 관계개선 및 협상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 간의 거래와 계약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원인은 집권여당이 단시간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한 욕심 때문에 주마간산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초래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못쓴다”의 두 속담이 지향하는 바는 서두르면 실수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교훈이자 지침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기대하기보다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민정책을 기대한다.

정호경 울산시 남구 신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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