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몇년 전 어느 회사원이 자동차를 주차해놓고 열쇠를 꽂은 채로 문도 잠그지 않은 상태에서 도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열흘 뒤 도난 차량은 길 가던 사람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는 차량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주의를 소홀히 해 도둑맞았으므로 차주가 책임을 지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일견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설사 차주가 사고원인 중 하나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할지라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도둑질을 한 범법자의 잘못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면 여성들의 노출은 하나의 패션을 이룬다. 인식이 시대를 반영하듯 서구사회의 영향으로 유교의 보수적인 관념에서 많이 탈피해지는 요즈음 노출 수위는 매우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 같다. 예전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경찰이 구금하는 때도 있었는데 오늘날 그것은 전설과 같은 것으로 치부된다. 현대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복은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인 것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성은 성범죄의 빈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 원인으로 주로 회자되는 것이 노출이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노출이 성범죄의 발생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여름이라는 계절적 시기에 발생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이 명제가 되면 노출이 성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문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이 정숙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적반하장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유교적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의 지배하에 있었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인 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며 여성의 적극성을 무시하고 소극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여자는 여성스러워야한다며 여성의 권리를 억누르고 제한하는 집들이 있고 가부장제의 권위주의 속에서 남성에게 여성은 무조건 양보해야하다는 식의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풍습들이 악용되면 남성은 강자가 되고 여성은 약자가 되어 성적 억압을 발생시킨다.

아마도 그러한 유교적 잔재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각에서는 여성의 노출과 성범죄의 상관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출을 주의하여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어떤 일이든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도 조심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주의하여 해가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노출이 성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본인의 가족이 밤거리에서 옷차림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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