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통상적으로 9~11월을 가을이라고 하지만, 천문학적으로는 추분(9월 23일경)부터 동지(12월21일경)까지를 말하고, 24절기상으로는 입추(8월 8일경)부터 입동(11월 8일경) 사이를 일컫는다. 입추(7일)가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가을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아침기온이 25℃를 웃돌고,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입추(立秋)라는 말이 무색하다.

기상학적으로는 기온변화에 따라 계절을 나누는데, 대체로 초가을은 일 최고기온이 25℃ 이하, 가을은 일 평균기온이 10~15℃이고 일 최저기온이 5℃ 이상, 늦가을은 일 평균기온이 5~10℃이고 일 최저기온이 0~5℃인 날로 구분한다.

사람의 체온을 훌쩍 뛰어넘는 40℃의 폭염이 낮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밤에도 30℃를 넘기는 것이 보통이 됐다. ‘초열대야’라는 생소한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초열대야 수준의 밤더위는 1951년 8월20일 광주의 29.8℃가 꼽힌다. 그리고 2013년 8월3일, 강원도 강릉시의 아침 최저기온이 30.9℃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곳으로 기록됐다.

더위와 추위 모두에 어느 정도 견디는 대부분의 동물들과 다르게 사람의 몸은 더위에만 잘 견디게 진화했다고 한다. 인간 피부에 200만 개 정도 있는 땀샘은 몸 온도를 효율적으로 식혀준다. 털이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땀이 쉽게 증발할 수 있도록 하고, 몸에 비해 팔과 다리가 길어서 체중 대비 피부의 면적이 넓어 몸의 열을 잘 내보낼 수 있다. 어쩌면 기온이 50℃가 넘는 곳에서도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사는 것도 더위에 적응한 진화의 증거이다.

아프리카의 더운 기후에 적응한 인종은 체열의 발산을 막는 지방층이 내장과 근육을 피해 엉덩이로 몰린다고 한다. 동북아시아에서 추위에 적응하도록 진화한 인종은 비교적 더위에 약한데, 팔다리가 짧고 상체가 크며 땀샘의 수도 적어 땀이 적게 나는 것이다. 111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이 앞으로 계속해서 신기록을 세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거스르는 날씨 속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황인종인 우리도 점점 기후에 적응하고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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