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의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조성이 전환점을 맞았다. 고래호텔을 비롯한 고래관광자원화 사업에 전력을 투구해온 남구청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침 남구청이 추진하던 고래문화특구 마스터플랜의 최종 보고서가 오는 9월 나올 계획이므로 새로운 청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지 주목된다. 고래문화특구 마스터플랜은 ‘도시 속 오아시스, 장생포(JSP)’를 콘셉트로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 일대의 신규 관광시설 구축과 기존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방안 등을 담는다고 한다.

이번 마스터플랜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문은 고래호텔이다. 서동욱 전 청장은 호텔을 포함한 대규모 전망대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번 마스터플랜 중간보고회에서는 민자유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호텔을 제외한 등대로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김진규 남구청장은 당선 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고래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숙박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청장이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건너듯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으니 결과를 두고봐야 하겠으나 속도조절이 필요한 대목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기환경을 고려할 때 장생포가 숙박시설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고래는 분명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신이 그 위대한 힘을 증명하기 위해 고래를 창조했을 것’이라 할 만큼 엄청난 크기와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이라는 신비감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의 고래관광은 정체성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는 관광(관경)과 먹는 관광이 혼재돼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조차도 그 양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현장이다. 고래잡이나 고래고기를 먹는 것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생포의 한계는 분명하다. 게다가 울산 앞바다의 귀신고래회유해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나 귀신고래를 볼 수가 없다. 관경을 위해 고래바다여행선을 운영해 돌고래떼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 확률도 그다지 높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귀신고래의 회유지라는 장생포의 정체성에도 걸맞지 않다.

이를 극복하려면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유적과 암각화 박물관의 활성화를 통해 역사성을 부각해야 한다. 남구와 울주군의 협조를 통해 장생포에서 반구대까지 고래관광사업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울산시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는 대가로 정부에 국립암각화박물관 설립과 ‘반구대Ⅱ’ 조성을 요구하는 등으로 고래관광자원을 장생포에 국한하지 않고 울주군까지 확대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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