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공론화 추진절차 전문가위
20여명 위원 시각차 ‘성토의 장’ 변모
시민의 여론 수렴 공론화위 취지 무색

▲ 홍영진 문화부장

지난 7일 오후 3시 울산시청 국제회의실. ‘시립미술관 건립 공론화 추진절차 전문가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렸다. 지켜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 자리에 나온 20여명 위원들도 취재석의 참관자처럼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날 위원회는 지난 수년간 진행해 오던 울산시립미술관의 개선점이 무엇인지 한번 더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울산시가 시민대토론회를 예고했고, 논의할 내용이 너무 방대하니 그에 앞서 의제 선정을 위한 전문가적 식견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송철호 시장 취임 직후, 울산시는 초읽기에 들어갔던 미술관 공사(시공사 선정) 착공을 전격 중단했다. 그 배경에는 그 동안의 미술관 행정이 너무나 비공개적으로 진행 돼 미술관 건립에 관심 많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다소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부족한 여론수렴을 거쳐 미술관 사업에 반영할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는 인수위의 권고가 크게 작용했다.

잘 진행되는 미술관 사업을 중단할만큼 공론화가 꼭 필요하냐는 비판이 있었으나, 어쨌든 민선 7기 출발점의 울산시는 시민여론을 살피라는 인수위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고, 이를 위해 그 날의 회의를 기점 삼아 공론화 절차의 첫 발을 뗀 것이다.

공론화 절차는 앞으로 2회의 전문가위원회를 더 가진 뒤 29일 열릴 시민대토론회에서 분수령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날 첫 회의는 2시간 내내 경직되고, 긴장된 시간으로 흘러갔다. 분위기가 그렇게 될 것임은 개회 직전 전문가위원회의 전체 명단이 배포될 때 이미 예견됐다.

명단에는 지난 7년여 간 심사위원, 자문위원 등으로 시립미술관 사업에 이미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위원들이 많았다.

또다른 위원으로는 인수위의 권고처럼 기존의 미술관 사업이 시민여론을 반영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음을 피력했던 시민단체와 미술관부지 인근의 상가상인회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울산시의 공론화 과정을 바라보는 위원들간 시각차는 발언마다 비수가 돼 상대 위원에게 상처를 남겼다. 더 나아가 공론화를 위한 회의석상에서 공론화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6년 전 결론난 부지선정부터 잘못된 출발이라는 안 하느니만 못한 말도 들렸다.

급기야 외지에서 온 한 위원이 그 날 회의에 동석한 다른 위원들의 전문가적 자격과 회의 논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회의장 공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회의를 진행하던 위원장은 부랴부랴 ‘전문가’들에게 부적절한 멘트는 삼가고 배려와 예의를 갖춘 발언을 해 줄 것을 두세차례나 당부해야 했다.

공론장을 준비하는 울산시 공무원의 잘못도 없지않다. 앉은 사람 모두가 얼굴이 화끈하던 그 날의 볼썽사나운 장면들은 사실 담당자라면 충분히 예견할 만한 사단이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을 찾거나 새로운 의견수렴이 되도록 앞서 달려야 할 담당자들이 어렵사리 만든 공론의 장을 몇몇 위원들의 성토의 장으로 흘러가게 놔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업무의 과중함과 최근의 부담감을 감안하면서, 위원 개인의 마인드 문제라고 치부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치러야 할 향후 절차가 남았다.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화의 취지를 제대로 알리고 위원들이 발언의 방향이나 수위를 그에 맞춰 미리 견지하도록 만드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비전이 ‘예술과 시민간의 교감을 통해 서로 성장하는 미술관’이지 않던가.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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