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노인상담사 이영래씨

▲ 노인상담사 이영래씨(오른쪽)가 8일 중구 복산1동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그린 그림을 보며 상담을 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퇴직후 귀농 계획했으나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하며
노인 관련 일에 헌신 결심
3년간 관련 공부·자격증 따
작년부터 본격 상담활동
“직장생활 할때보다 더 바빠”

“어르신, 오늘 드신 점심 생각하면서 여기다 색칠해 보세요” “손 줘보세요 마사지 해드릴게.”

8일 오후 찾은 중구 복산1동 경로당. 이날은 울산노인상담소에서 주관하는 ‘황금빛 내인생’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었다.

40년 가까이 잡았던 교편을 내려놓고, 노인상담사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영래(67)씨도 이날 경로당을 찾아 김모(92)씨의 안부를 묻는 등 노인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치매를 갖고 있는 노인들에게 색칠하는 게 인지기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돼요. 현재 생각이 나는 사람, 먹은 음식 등 색칠하면서 손이나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기억력에도 좋아요. 색깔별로 준비된 색연필을 사용 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은퇴 후 이씨의 생활은 직장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다. 치매노인 예방활동, 독거노인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 재가센터나 경로당을 방문해 노인상담을 펼친다.

이씨는 지난 1977년 경남 거제에서 교편을 잡아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에는 울산에 정착해 지난 2015년 척과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할 때까지 교육계에 몸담았다.

특히 이씨는 애초 귀농해서 농촌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농업기술센터 농업대학도 다녔다. 그랬던 그가 귀농이 아닌 노인상담사로 활동을 결심하게 된 건 부모님 때문이었다. 병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움에 사무쳤고, 은퇴 후에는 노인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까, 노인들이 점점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예전 부모님에게 못해드린 것도 기억에 남고요. 그래서 은퇴 전부터 은퇴하면 노인과 관련된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이씨는 2015년 2월 퇴직하기 전까지 틈틈히 시간을 내 착실하게 은퇴 후의 삶을 준비했다. 사회복지사, 노인보호요양사, 간병사 자격증을 땄고 폴리텍 대학 등에서 마사지 교육, 치매예방관리 교육도 듣는 등 노인상담사와 관련된 준비를 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노인상담·학대 등 인터넷 강의도 열심히 들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직도 배우고 있어요. 배움에는 숫자가 없습니다. 힘이 닿는데까지는 계속 배워야죠.”

이씨는 은퇴 후 북구청 일자리지원센터에서 교육상담도우미로 일했다. 지난해부터 울산노인상담소와 인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씨는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퇴직 후에 무슨 일을 해야할지는 적어도 5년 전부터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직접 해봤지만 3년이라는 시간도 짧더라”면서 “스스로가 잘할 수 있고 흥미를 느껴 재밌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나를 정확히 알아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허송세월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나도 나이를 계속 먹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힘이 닿는데까지는 봉사도 하고 노인들도 만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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