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폭염탓 수온 급상승

강도다리·전복등 잇단 폐사

통상 8월말께 수온 최대치

액화산소 공급외 방법 없어

▲ 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육상양식장에서 어민들이 떼죽음을 당한 넙치를 상자에 담아 냉동시설로 옮기고 있다. 동해 모든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이날도 수온이 28도를 넘어서 양식물고기 떼죽음이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도 수온이 28℃까지 올랐네요. 그런데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9일 찾은 울주군의 한 육상양식장. 이곳은 강도다리 27만여마리를 수조 50여곳에 양식하고 있는 관내에서 규모가 꽤 큰 양식장이다. 직원 안내를 받아 양식장 내부를 둘러본 결과 강도다리를 키우는 50여곳 중 5곳의 수조가 텅텅 비어있었다.

최근 급격히 오른 수온 탓에 1만2000여마리의 강도다리가 일주일새 모두 죽었다. 양식장 내 바닷물 온도를 가르키는 온도계는 정확히 28℃였다. 최근에는 여러 수조가 폐사로 빈 것도 모자라 밀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강도다리들을 여러 수조에 분산배치했다.

양식업자 김모씨는 “고수온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액화 산소를 공급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강도다리는 냉수어종이라 수온이 높아지면 먹이도 제대로 줄 수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날 찾은 북구 강동의 전복양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잇따르는 수온 상승으로 전복 ‘폐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양식 전복은 강도다리나 넙치처럼 폐사가 바로 확인되는 게 아니어서 현재 폐사 신고·집계가 되진 않았으나, 양식장 관계자는 전복 폐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식장 관계자는 “아직 수온이 최대로 올라온 게 아니어서 피해 우려가 크다. 통상 8월 중순이나 8월말께까지 기온이 오른다. 그래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주군과 북구 등에서는 강도다리, 납치, 전복 등을 키우는 총 11곳의 육상양식장이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께부터 5곳의 양식장에서 폐사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누적 피해량은 5만1000여마리를 넘었다. 피해액은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일부터 울산 앞바다를 포함해 동해안 전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내렸다.

문제는 앞으로도 동해연안의 수온이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할 수 있는 건 액화산소 주입과 냉각장치 가동 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바다 표층 수온 분석에 따르면 동해안을 포함해 우리나라 여름철 바다 수온상승이 최근 10년 사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 수온은 2010년 이후 매년 0.34℃씩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수온을 최초 관측하기 시작한 지난 1997년 이후 평균 수온상승경향인 0.14℃보다 약 2.4배 높은 수치다.

2010년 이후 동해안의 연평균 수온은 7월 0.21℃, 8월 0.37℃씩 상승하고 있다. 동해안은 지난 2016년만해도 해수온도가 평균 25℃를 가르키는 등수온선(바다 표층 수온이 같은 곳을 이은 가상의 선)이 울산 인근 해역에서 나타났는데, 지난해에는 강원 속초, 올해는 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이처럼 급격한 수온 상승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일사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반도는 지난 몇 년간 직접적인 태풍 영향을 적게 받아 해수면 아래 찬 바닷물과 표층의 따뜻한 바닷물이 섞여 수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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