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는 거미가 익충(益蟲)이라 방제를 못 한다고 하는데, 이 현장을 보고도 익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거미떼가 습격한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11일 “주민들에게 거미는 그 어떤 벌레보다도 해로운 해충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1천500여 가구가 사는 이곳 2개 아파트에는 지난해와 올해 초 각각 입주한 뒤부터 거미들이 아파트 외벽에 서식하기 시작해 현재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시커멓게 될 만큼 거미와 분비물 등으로 뒤덮여 있다.

심지어 베란다 창문에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거미떼가 우글거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거미와 거미줄, 짙은 갈색을 띠는 거미 배설물 등으로 가득 찬 벽면은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로 보기 힘들 만큼 지저분해 보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폭염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 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나주시에 거미 방제를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거미는 모기 등 해충을 먹이로 하므로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곤충(익충)으로 분류된다”며 방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나주시 관계자는 “방역은 관련법 상 감염병이나 질병을 유발하는 해충으로 한정된다”며 “익충 제거는 아파트 청소 개념으로 관리사무소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미는 주로 다른 곤충류를 섭식하는 포식자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해충을 제거하므로 익충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거미는 독액을 분비하지만 보통 인간에게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물린다 하더라도 벌의 독성보다 약하다.

인간이나 가축에 해를 끼치는 파리·모기·바퀴 등의 위생곤충뿐만 아니라 산림해충이나 농작물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밖에도 거미는 독물검출 실험이나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에게 이로운 거미가 이들 아파트 주민에게는 어떤 해충보다 더욱 해로운 상황이 된 것이다.

주민 김모씨는 “거미가 익충이라고 하지만 아파트 외벽을 온통 뒤덮을 만큼 서식해 수천 명의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해충으로 보고 방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근 나주시와의 간담회에서 ▲ 사다리차를 이용한 거미줄 제거 및 퇴치 소독 ▲ 다른 지자체 거미 퇴치 사례 등 모니터링 ▲ 해충 포획기 설치 ▲ 연 3회 거미 서식원인 인근 강변에 대한 풀베기 작업 시행 ▲ 가을철 강변 잡풀 소각을 통한 거미 서식 차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거미 퇴치와 직접 연관된 강변 잡풀 소각이나 퇴치 소독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하천법상 불법’과 ‘익충론’을 내세워 여전히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