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객사터 발굴 장소에서
파손된채 방치 우연히 발견
日황자 탄생 축하 글귀 선명
일제강점기 단면 보여줄 유물

▲ 옛 울산객사(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에서 발견된 비석과 탁본. 일제강점기 옛 울산신사 입구의 기둥문으로 추정된다.

옛 울산객사(옛 울산초등학교) 부지 내에서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옛 울산신사(蔚山神社)의 기둥문으로 추정되는 비석 1기가 나왔다. 그 곳은 3년 전 울산객사터 유구 확인을 위한 발굴작업이 진행됐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념물이 왜 수거되지 않고 지금까지 현장에 방치돼 있는지 그 연유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석은 지난 8일 처음으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최근 울산시가 옛 울산객사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년간 둘러쳐져있던 펜스를 철거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졌고, 이기우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 대표가 부지 내 300년 된 회화나무 아래에서 그 비석을 보게 된 것이다.

 

비석은 고목 주변으로 동그랗게 원 형태로 놓여진 돌무더기 중 하나였다. 현장에서 이를 본 이기우 대표는 “다른 돌과 달리 화강암 재질의 비가 유독 도드라져 관심있게 살펴봤는데, 표면에 새겨진 한자를 읽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석 표면에는 ‘皇太子殿下御降誕記念鳥居(황태자전하어강탄기념조거)’ 12개 글자가 선명했다. 일본 황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물이라는 뜻이다. 마지막 ‘조거’(鳥居)는 ‘신사 입구에 세운 기둥문’을 의미한다. 전체 길이는 약 1.8m 정도지만 중간 부분이 파손돼 두 동강이 난 상태다. 비석의 측면에서는 석공의 이름, ‘昭和(소화)9년(1934년) 10월6일’이라는 제작시기, 다수의 울산사람들이 후원을 했다는 기록까지 확인된다. ‘황태자’는 1933년 12월23일 태어난 현 아키히토 일본국왕으로 유추된다.

 

옛 울산객사이자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였던 이 곳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울산신사가 있었다. 이 대표는 “울산신사로 들어가는 초입로의 기둥문에 붙여졌던 것으로 보인다. 비석 표면에는 건축물에 비석을 붙일 때 사용하는 타르와 같은 성분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립미술관 관련 부지에서 비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향토사학계를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그것조차 지역사의 일부분인데, 수습조차 하지 않은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 등은 혹시 모를 유실을 대비해 해당 비석을 탁본까지 해 놓고 있다.

 

울산지역 한 사학자 역시 “우선은 울산근대사 자료로, 나중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해당 부지의 역사를 알려 줄 기념물로 충분히 활용가능한데, 왜 이렇게 방치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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