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간해운사 제안으로

시청에서 투자설명회 열려

2년전 시도했다 실패 경험

업체능력·사업계획도 모호

市 주도사업 오인 부적절

부산지역 해운회사가 울산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를 운항하겠다며 울산시에 사업 협력 제안을 했다. 관광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울산시로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수 있지만, 해운회사의 능력과 사업 계획이 모호해 철저한 검증 없이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해 신중한 접근이 요청되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시청 7층 상황실에서 ‘울산모항 국제크루즈 운항사업 협력 제안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부산지역 회사인 ‘드림크루즈해운(주)’이 주최했다. 송철호 시장을 비롯해 허언욱 행정부시장과 시청 관계자, 울산항만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송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크루즈 산업의 경우 그 동안 울산은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는데 이번 설명회로 서로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떴다.

드림크루즈해운은 “길이 207m, 11층, 탑승객 1850명 규모인 4만t급 크루즈선을 들여와 내년 5월쯤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울산을 모항으로 하면 울산시에 450억원의 세수와 25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 2015년 관련법 개정으로 크루즈에서 카지노와 면세점 운영이 가능하다며 사업성을 자신했다. 크루즈 도입비 등 92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은 울산 향토기업 3개사와의 컨소시엄을 맺어 조달하는 방안과 울산시와 시민이 참여하는 ‘울산 크루즈 펀드’ 조성 방안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인희 드림크루즈해운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의 조선산업 강국인데도 국적크루즈선은 아직 단 한척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다행히 2000년대 들어 크루즈산업 육성법이 제정됐고, 그에 따라 정부의 크루즈산업 기본계획도 수립돼 지자체가 크루즈 전용부두를 신청할 때 국가에서 지원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유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사업설명회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설명회에서 “항만공사 차원에서 이미 몇해 전 부터 크루즈 사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됐고, 전문기관의 용역도 이뤄졌지만 크루즈 운항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울산이 비록 국내총생산(GDP) 1위지만 서울처럼 구매력 있는 소득은 아니기 때문에 울산을 모항으로 할 경우 지속적으로 승객을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설명회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 투자설명회는 2년전에도 울산에서 열린 바 있지만 실패했다. 2년 전 울산에서 시도했다 실패했던 민간 기업의 단순한 투자설명회를 그것도 시청에서 울산시와 해양항만청, 울산항만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기 때문이다. 설명회를 준비한 한 시청 관계자는 “특정업체의 사업 설명회가 시청에서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번 설명회가 열리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울산뿐만아니라 부산에서도 유사한 투자설명회를 연 전력이 있다. 2015년에 투자설명회를 열고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7만t급 크루즈를 운영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포했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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