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옛사람들 피서 떠올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공존의 습관이
지구 황폐화로 인한 온난화 막을수 있어

▲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기록적 무더위에 일본도 올해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25명에 달했다. 지난 1일 아사히신문은 지난 3개월간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응급 후송된 사람이 5만7000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2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폭염에 영화 ‘설국열차’ 속 빙하기의 눈덮인 장면이 머리에 떠오른다. 영화에서는 각 나라 정부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살포한 기후조절물질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온다.

옛 임금들은 더위를 피해 여름철에 거처하는 양청(凉廳)을 지어 궁전을 옮기기도 했다. 양청은 기둥을 높여 바람이 잘 통하게 지었다. 태조의 세자가 아랫사람에게 “나의 거처가 낮고 좁으니 어찌 더위를 견딜 수 있겠느냐?”하니, 부처에서 선공감에 명령하여 조그만 양청을 짓게 하였다. 태조가 이를 알고 도승지에게 명하여 “근래 공사는 어쩔 수 없는 경우 벌이지만,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며 세자는 비록 양청이 없더라도 좋다.(1393년)”며 세자전의 양청 짓는 것을 그만두게 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전남 담양군에 자리한 소쇄원(명승 40호)은 조선 중기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임을 당하자, 그의 제자 소쇄공 양산보가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고향 담양으로 내려와 은둔하면서 짓기 시작했다. 북쪽 산 사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어 담장 밑으로 흘러내려 소쇄원 중심을 통과하므로 가히 풍광이 뛰어나고 시원하기가 이를데 없어 많은 문인들이 찾았고 문학과 학문의 산실이 됐다. 김인후, 정철, 송순 외에도 의병장 고경명, 이황과의 사단칠정 논쟁으로 유명한 유학자 기대승 등도 소쇄원을 찾아 교분을 나누고 시를 지었다.

태종은 1402년 6월 사헌부에 명하여 모든 중죄인들을 빨리 처결하라 하였는데, 견디기 어려운 더위이기 때문이었다. 또 1403년엔 “바야흐로 더위가 혹심하니, 영어(囹圄)에 오래 머물러 있어 혹 요사(夭死)하게 되면, 내가 심히 민망스럽다. 가벼운 죄수를 밝게 가려 내어 속히 석방하도록 하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우려해 가벼운 죄수를 용서하여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

요새 등산하러 산에 오르다가 아스팔트 도로에서 죽은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기온이 높고 비가 부족해 땅이 마르자 아스팔트 도로로 나왔다가 체온조절이 안 되어 죽은 현상이다. 1665년 3월 현종때도 ‘영천군의 못물이 붉기가 핏빛과 같았고, 울산의 증성(甑城)앞 들과 경주성 안팎에 두꺼비와 개구리가 들판을 뒤덮고 오갔는데 그 숫자를 알 수 없었으며, 하양현의 큰 들판에 지렁이가 땅을 뒤덮어 땅 색깔이 보이지 않았는데 하루 뒤에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이제 남성들도 양산을 쓰자고 한다. 서울의 기온이 39.6℃로 1907년 관측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난 8월1일, 일본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시의 기온도 41.1℃로 일본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유명 우산 메이커 오로라가 남성용 접는 양산 70개를 사이타마현에 증정했고, 온난화대책 담당자는 도쿄올림픽에서 일사병 대책으로 남성들도 양산을 활용하도록 홍보했다고 한다.

지구 인구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며, 지구 환경 역시 놀라운 속도로 나빠지면서 인류 스스로 파괴할 위험에 처해있다. 호킹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존재할 시한은 단 1세기가 남았다며 인간 종(種)의 미래에 대해 비관론을 폈다. 지구 황폐화로 인간이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을 때를 대비해, 호킹은 우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북부는 온난화 대비 없인 50년 뒤엔 사람이 못 산다. 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2배인 칭다오 등 습구온도 35℃ 땐 야외생활 6시간 이상 못 버틴다. 과학계에선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파국이라며, 폭염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탓으로 해석한다. 인간들이 자연에 대한 습관을 바꾸거나 아니면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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