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노후화된 농수산물도매시장
농식품 종합도매시장으로 조성
6차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시켜야

▲ 김철준 울산원예농협 조합장

새벽을 일깨우는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어느덧 여명이 밝아온다. 삶의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흔히들 ‘새벽 도매시장에 가보라’고 한다. 그야말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딴청 부릴 겨를이 없다.

필자는 2007년 10월 일본 니가타시 꽃박람회에 참석했다가 도매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니가타시는 인구 80만명으로 울산시의 자매도시다. 니가타시 도매시장은 33만㎡(10만평) 부지에 저온경매를 할 수 있는 현대식 대형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니가타시에만 도매시장이 5개나 된다고 했다. 애써 부러움을 감추고 울산은 1000억달러 수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6만달러를 넘는 도농복합광역시라고 역설하고 돌아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니가타시 관계자들이 울산을 찾아 도매시장을 방문한다기에 참으로 난감했다. 그들에 비해 낙후된 도매시장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려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히, 산더미처럼 쌓여 비린내를 풍기고 있는 스티로폼 박스가 걱정이었다. 니가타에서는 도매시장 한켠에 설치되어 있는 승용차 크기의 스티로폼압축기로 폐스티로폼을 곧바로 압축한다. 300여 장을 압축하면 비료부대 한개 부피로 압축되는데, 그것도 재활용되어 베트남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인구 117만 광역시인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사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민선 7기의 시정에서 우선 살펴볼 민생 역점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90년 3월 삼산의 허허벌판 중심에 약 4만㎡ 부지면적에 약 2만㎡ 건물로서 개장했다. 대구, 광주, 대전의 17만㎡가 넘는 부지에 비하면 25%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특히, 거래량은 20% 수준으로 턱없이 빈약하다. 뿐만 아니라 도시미관, 악취, 교통체증 등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울산시는 현재의 도매시장부지에 재건축 보다는 이전 쪽으로 추진방향을 잡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도매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을 통해 스스로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원리로써,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경쟁 입찰에 의한 합의적인 꼭짓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때는 도매시장이 이론적으로 유통단계가 복잡하다며 직거래유통을 활성화한답시고 전국적으로 농산물유통센터를 적극 추진하였지만, 결국 당초 설립취지와 기대에 못 미쳐 대형마트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농산물유통의 기본은 시장경제 원리와 동시에 신선유지를 위한 접근성과 유통시간, 품위변별, 표준포장일 뿐만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시스템 등의 철저한 확보로 스스로 수급의 안정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농산물도매시장은 선진농업국일수록 활성화돼 있다. 특히, 프랑스의 파리 외곽에 있는 헝지스 도매시장은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 살균시설과 저온·냉동경매시설을 완비하여 각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4배 크기에 연간 거래액이 9조원 가량 된다. 미래형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울산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전신축한다면 지금의 도매시장 형태를 과감히 벗어나 미래 농식품종합도매시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수산물 뿐 아니라 축산물·화훼판매장 구축은 물론이고 은행, 약국, 병의원, 마트, 커피숍, 식당 등의 편의시설 그리고 거점산지유통센터(APC), 농산물가공시설, 소포장센터, 학교급식통합지원센터, 로컬푸드지원센터, 농자재판매장, 회의장 등도 갖추어야 한다.

선진 농축수산물도매와 원예식품 관련 유통의 메카로서 향후 6차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려면 이같은 부대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이 늦었다는 생각만큼 더욱 편리하고 쾌적한 시설의 도매시장에 대한 울산시민의 기대 또한 크다. 도농복합광역시로서 산업과 농축어업의 조화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철준 울산원예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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