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디지털미디어국 선임기자

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는 지난 1976년 잡지 <심상>에 발표됐다. 이후 가수 김원중이 1984년 ‘바위섬’으로 데뷔하고 1987년 노래 ‘직녀에게’를 발표했다. 이 시는 견우가 직녀에게 ‘이제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다시 만나자고 하는 내용이다. ‘직녀에게’는 미당 서정주의 ‘견우의 노래’를 계승한 것이다. 이별이 있어야 사랑이 완성된다고 미당은 말한다. 그러나 문 시인은 기약 없는 이별이 고통스럽다.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기나긴 38선은 문 시인에게 건널 수 없는 은하수이자 오작교다.

오는 17일은 ‘칠석(七夕)’이다. 고래로 우리나라에서는 3월3일(삼짇날), 5월5일(단오), 7월7일(칠석), 9월9일(중양절) 등 양(陽, 홀수)의 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吉日)이라고 생각했다. ‘칠석(七夕)’은 음력 ‘7일 저녁’, 그러니까 해가 지고 난 뒤부터가 칠석 세시명절이다.

어둠이 짙어가는 8시쯤,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은하수(銀河水)가 남과 북으로 고요히 흘러가면서 한여름밤 칠석의 쇼가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나타난 별똥별이 지그재그로 사선을 긋는 가운데 견우직녀는 떨리는 두 손을 맞잡는다. 그 순간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이름하여 ‘칠석비(七夕雨)’. 눈물을 비처럼 뿌린다하여 ‘쇄루우(灑淚雨)’라고도 한다.

▲ 고구려 덕흥리 고분의 견우와 직녀가 그려진 벽화(덕흥리 벽화문 앞방 남쪽 천장, 국립민속박물관).

견우직녀 이야기는 시경(詩經) ‘대동(大東)’에도 나온다. 부역과 징세에 시달리는 백성들이 하늘의 직녀성(織女星)에 자신들의 신세를 하소연해 보지만 직녀성은 종일 움직이면서도 베를 짜주지 않는다. 제후들은 군림하고 백성들은 피죽도 못먹는 시대, 그 때 시경이 씌어졌다.

직녀를 바라보니 하루 종일 일곱 번이나 베틀에 오르네/일곱 번이나 오르면서도 나한테 줄 천은 짜지 못하네

견우(牽牛)는 소를 끌고 하루 종일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직녀(織女)는 베틀을 종일 붙잡고 씨름해도 궁핍함을 면하지 못한다. 예나 지금이나 경기가 좋아져야 비로소 사랑도 꽃피고 남북간의 오작교도 통행이 빈번해진다. 이재명 디지털미디어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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