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이어진 기록적 폭염 시원한 백화점·마트로 발길

채소·과일·수산물값 폭등에 소비자 지갑마저 닫아 한숨만

▲ 계속된 폭염으로 식탁물가가 연일 치솟는 가운데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폭염 탓에 시장 물가가 너무 뛰어요. 가격이 오르면 이문도 잘 남지 않고, 무더위에 시장 찾는 손님도 없어 큰일입니다.”

한달 넘게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채소·과일뿐만 아니라 수산물까지 전방위로 물가가 치솟아 울산지역 식탁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소비자들이 냉방이 잘 갖춰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몰리는데다 물가마저 크게 오르면서 지갑을 닫아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낮 남구 신정시장은 한창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계속된 폭염 탓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도로와 인접한 시장 입구 상점에만 사람들이 몰릴 뿐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손님 찾기가 어려웠다.

신정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은자(여·62)씨는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질 않는다. 아무리 더워도 주말에는 손님이 좀 느는데 올해는 주말에도 통 장사가 시원찮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소비자들이 냉방시설과 주차장이 잘 갖춰진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물가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에다 매출 부진까지 겹쳐 시장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씨는 “산지 수박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손님들도 물건을 안사고 물건을 떼다 파는 상인들도 장사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폭염으로 인해 이날 신정시장의 수박(1통)가격은 2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만7200원)보다 50% 넘게 인상됐다. 복숭아·자두 등 여름과일도 전년대비 30% 가량 올랐다.

계속된 폭염으로 과일 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더운 날씨탓에 시장을 찾는 발길마저 뚝 끊기면서 이 가게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

이씨는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안와 배·감 등 가을 과일 작황도 걱정된다”면서 “이대로라면 한달여 남은 추석물가도 비상”이라며 걱정했다.

전방위에 걸친 물가 인상에 채소와 수산물 가격도 연일 오름세다. 채소는 더위에 약한 엽경채류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폭이 두드러졌다.

신정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강민주(여·65)씨는 “폭염탓에 양배추·고추 등 농산물의 크기도 작고 값도 예년대비 비싸다”면서 “날씨가 너무 더워 열에 약한 케일 등은 얼음물에 보관할 정도다. 장사도 안되는데 물건이 상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선도를 위해 얼음을 많이 쓰는 생선가게는 여름을 더욱 힘겹게 보내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시중 얼음이 품귀현상을 빚자 얼음값은 크게 올랐지만, 매출은 뚝 떨어져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신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손인숙(여·60)씨는 “20년째 신정시장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올해만큼 여름나기가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해 대비 20~30% 오른 물가도 물가지만, 오른 인건비에 얼음값 등을 계산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서민 생선인 고등어·갈치는 각각 1마리 3000원·1만원 선으로 지난해 대비 20~30% 가량 값이 올랐고, 낙지와 오징어는 어획량이 줄면서 전년대비 40%가량 인상됐다.

손씨는 “소비자들이 물가가 올랐다고 하는데 공감하지만, 값이 오르면 상인들도 이문을 얼마 못붙이고 파는데 손님 인심만 잃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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