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가 고향인 신격호씨가 창업주다. 유통업이 주를 이루는데다 그가 일본에 주로 거주한 탓에 울산은 롯데와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롯데가 울산에서 본격 사업을 시작한 것은 남구 삼산동에 버스터미널과 롯데백화점·호텔을 건립하면서부터다. 롯데쇼핑(주)에 의한 공용여객자동차터미널 공사는 1996년에 시작돼 2001년 2월 완공됐다. 17년 전 이때 울산사람들은 드디어 롯데와 울산의 인연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후 롯데와 울산의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오히려 땅만 매입해놓고는 사업은 하지 않는 야속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대돼 가고 있다.

이번엔 롯데백화점이 울산청년들을 울렸다. 롯데백화점 울산점이 개점 이후 처음으로 청년창업가들에게 상설매장 4곳을 내주었는데 그 속에 울산 청년은 아무도 없다. 그들이 몽땅 부산청년이라는 것도 문제이지만 청년창업기업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부산 본점에 입점한 청년창업기업 매장 ‘빌리지 7’에서 매출이 높은 4개를 고스란히 모셔왔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 본점에서 잘나가는 상품의 판매장을 울산에 개설해 백화점 매출을 올리려는 속셈으로 해석될 뿐이다. 기술력과 실력을 갖추었으나 자본과 유통망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는 청년들을 지원한다는 청년창업 지원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들 4개 매장이 잘 되면 확대해서 울산지역 창업기업도 발굴하겠다”는 백화점 측의 설명도 청년창업 지원의 취지를 왜곡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상품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많은 울산청년들은 척박한 창업토양으로 인해 역량 발휘를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좌절을 겪고 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라는 중후장대한 주력산업과 그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지역 기업 풍토가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의 ‘울산 홀대’가 계속되면서 지역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 강동관광단지 개발의 핵심사업인 강동리조트건설사업 중단은 울산 관광산업의 디딤돌이 될 북부권 개발 지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 울산시와 공사재개를 약속하는 MOU까지 체결해놓고는 또다시 미루고만 있다. 또 2018년 준공 예정으로 추진하던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도 갑작스럽게 사업계획 수정을 이유로 중단했다. 건축허가까지 거쳐 착공만 하면 되는 단계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겠다며 발을 뺀 것이다. 리조트와 쇼핑센터 건립 등의 대규모 사업에서부터 청년창업 매장지원이라는 작은 사업에 이르기까지 울산에 대한 롯데의 약속 위반과 홀대가 계속되면서 창업주의 고향 울산에서 원성이 무성할 뿐 아니라 기업신뢰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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