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업무 위한 코드인사는 불가피
전문성 떨어지면 울산 미래 암울해져
측근 인사 조언·살신성인도 뒤따라야

▲ 신형욱 사회부장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50일가량 되면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시정철학 입히기가 한창이다. 시정 전반에서 공약 실현과 이전 정책의 지속 및 수정 여부를 결정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어수선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너무 서두르면서 지역 이익에 반해 일을 그르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및 울산 물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 수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최우선으로 한 듯하다. 국보의 보존과 시민 생존권인 맑은 물 확보의 동시 해결을 위해 반문화재적 울산이라는 모욕적 언사(?)까지 들으며 고수해왔던 시정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갈등관리 정책으로 꼽히는 반구대 암각화의 합리적인 보존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이 올 연말 완료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위조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수위조절이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온다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갈등의 소지만 조장한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양 기관이 수위조절을 전제로 상생업무협약 체결 방침까지 밝히자 국무조정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것도 이유가 있는 듯하다. 수위조절을 받아들이면 정부가 물문제를 해결해 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순진해보이기까지 하다. 송 시장이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까지 할 정도라는 막역한 관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정과 시정이 친분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듯하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권 맑은물 문제와 연계된 경북대구권 맑은물 공급사업도 지자체간 치열한 식수전쟁으로 십수년동안 한걸음도 못나가고 있다. 남강댐물을 두고 벌어지는 인접 지자체간, 해당 지역 시민환경단체간 갈등도 이를 반증한다.

송 시장의 핵심 공약인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도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진해야 한다는 고언이 많다. 이전 시 정부의 주요 현안이었던 시립미술관, 신불산 행복케이블카 건립 등등 새로운 시정의 도마위에 올려져 있는 사업들도 적지 않다. 최근엔 울산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사업 추진을 두고도 논란이 인다.

이를 두고 송 시장의 당선을 도왔던 측근 인사들의 설익은 정책제언 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송 시장은 외부 수혈에 적지않게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권이 바뀌면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일부 보직에 대해서는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부 측근으로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측근들이 비전문가이거나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사심을 배제한 공신을 가려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성향이나 사고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기용할 경우 울산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첫 정기인사를 본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보직 변경 제한 기한이 지나지 않은 직원이 인사고과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한 사례들이 있다는 것. 전 시장의 사람으로 인식될 자리에 있었던 인사 등이 대상이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실제 관가 주변에서는 아직까지 지난 선거에서 전 시장을 지지한(?) 공무원을 색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들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이래선 조직의 안정이나 업무수행은 뒷전이고 줄서기에 바쁠 수밖에 없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지면 행정 초보인 송 시장의 판단력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일부 지역 단체장들이 이전 단체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직원들을 내치지 않고 중용하는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민선 7기 시정의 수장은 송철호 시장이고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 시장 혼자서, 또는 주변의 몇몇 측근인사들로만 앞으로의 4년 시정을 이끌어갈 수 없음은 물론이다. 수천 공무원들의 업무 전문성과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임기 초 소위 측근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올바른 조언과 살신성인의 처신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송 시장이 산업수도 울산의 최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한 성공한 시장이 되도록 돕는 것이 측근들의 도리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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