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독일 튀링겐(Thuringen)지방 아이제나흐(Eisenach)의 바흐(Bach) 가문에서 태어난 요한 세바스찬 바흐(J.S. Bach)는 음악적으로 유명한 바흐 가문의 수많은 음악가 바흐(Bach)들과 구분하기 위해 대(大)바흐로도 불리고 음악사적으로는 ‘음악의 아버지’라고도 한다.

음악적 업적을 어떻게 칭송해도 과하지 않은 바흐는 칸타타도 200여곡이나 남겼다. 대부분이 교회음악이지만 30여곡의 세속칸타타(secular cantata/ Kammerkantate)를 통해 그 시대의 풍습과 세상사를 엿보는 또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피칸더(Picander)의 대본에 바흐가 곡을 붙인 바흐작품번호 212(BWV 212) ‘우리들의 새 영주님’(Mer hahn en neue Oberkeet)은 ‘농부 칸타타’(Peasant Cantata/ Bauernkantate)로도 불리며 우리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곡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우리들의 새 영주님’은 라이프치히 근교 크라인초라하라는 마을에 세습토지를 물려 받은 새로운 영주 칼 하인리히 폰 디스카우(Carl Heinrich von Dieskau)의 취임을 축하하는 곡이다. 새로운 영주를 환영하는 곡이지만 농부의 복잡하고 심난한 마음을 담고 있어 ‘농부 칸타타’라는 별칭이 붙었다. 제대로 먹을 것도 없었고 조그마한 잘못만 발각돼도 가혹한 형벌을 받았을 뿐 아니라 군복무의 부담감까지 지고 있는 소작농들의 고달픈 삶이 유쾌한 리듬에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칸타타는 서곡(Overture)과 레치타티보(Recitative)와 독창과 중창, 합창 등 전체 24곡으로 이루어졌다. 음악 형식으로 보면 그때 작센 지방의 방언으로 쓰여진 가사를 사용했고 삭소니 지방의 민요와 춤곡인 폴로네이즈와 미뉴에트 등 다양한 리듬을 사용해 경쾌한 무곡풍으로 곡을 이어 나간다.

이 작품은 벌레스크칸타타(Cantate burlesque/burlesque cantata)라고도 불린다. 1600년경 이탈리아로부터 프랑스에 들어온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앞에 정극으로 공연된 작품을 패러디하는 양식을 사용하여 두가지 경우를 대조시킴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촌극, 풍자극, 또는 패러디의 의미로 이름 지어진 것이다.

Bach - Folia(Unser trefflicher)- BWV 212 ‘Mer hahn en neue Oberkeet(우리들의 새 영주님)’ Choeur de Chambre de Namur, Les Agremens(나뮈르실내합창단/ 레아그레망 지휘) Leonardo Garcia Alarcon(direction)을 추천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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