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향한 미움을 떨쳐버려야
내가 짊어진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
용서는 상대방이 아닌 나를 위한 것

▲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울산의 어느 마을. 옛날에 비하면 거주 인구가 줄긴했어도 젊은이와 귀촌한 사람들도 있고 해서 농촌 마을치곤 활기도 있고 특용작물을 재배해 소득도 높아 살기 좋은 마을이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마을에 풍파가 일어난 것은 지난 4월경부터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A씨가 지방선거에 출마했는데 공교롭게도 다른 마을에 사는 경쟁후보 B씨와 같은 성씨를 가진 주민이 이 마을에 절반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B씨는 일가들의 지원을 호소했고, A씨는 나머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선거 결과 A씨가 당선이 되었는데, 문제는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너무 비판한 데서 생겼다. 후보끼리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되는데 주민들이 두 패로 나뉘어져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다가 나중에는 주민들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2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낙선한 B씨 문중 사람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삭막한 마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동네는 계속 이런 상태로 있어야 하는가? 이 마을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가?

선거 입후보자들은 자기 입신양명보다도 지역에 봉사하기 위해 출마를 했을 터인데, 선거가 끝나면 선거과정에서 생긴 좋지 않은 감정은 과감히 떨쳐 버리고 승자는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복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군자답지 못하게 앙갚음을 한다든지 ‘두고 보자!’는 식의 사심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인생을 살기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울산에 와서 두 사람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정말 깊은 신뢰로 이어져 왔다고 생각했기에 배신을 당했을 때의 그 상처는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컸다. 특히 자다가도 번뜩 깨여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러한 시기에 어느 책에서 ‘달라이 라마’의 말을 접하게 되었다. “만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어질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용서한다면 내 마음은 그 즉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이 말을 되씹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며 혼자서 원망하고 나쁜 감정을 곱씹어봐야 내 기분만 나빠지고 건강까지 해치는데 이제 정말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간혹 우연히 만나도 가볍게 인사하며 지나칠 수 있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도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 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고 했다. ‘용서’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지은 죄나 잘못을 벌하거나 꾸짖지 않고 덮어주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상대방이 먼저 반성과 함께 용서를 구하면 자연스럽게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용서하지 않고 계속 미워하면서 과거에만 매여 있는 것은 현명한 처세법이 아닌 것이다. 상대방을 향한 미움에서 자신을 놓아 주어야 내가 짊어지고 있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라기보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든 마을 주민들의 경우도, 서로가 원수처럼 지낼 아무런 이유가 없기에 선거과정에서 상처받은 일들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할 것이며, 이에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선거 입후보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적극 앞장서 주민들을 화해시킴으로써 끈끈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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