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시연회’ 당시 경공모 ID 다수 로그인·아웃…실제로 시연한 정황

특검 “김 지사 시연회 참석, 물증과 진술로 뒷받침”
김경수 “킹크랩 본 사실 없다…드루킹 측 진술 신빙성 떨어져”

17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참관했는지가 영장 발부 여부를 가를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새로운 물증과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회가 실제 열렸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은 보지 못했다며 팽팽히 맞섰다.

특검팀은 지난 15일 법원에 제출한 8쪽짜리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저녁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2층 강의장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적시했다. 

이 자리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초기 버전) 구동을 지켜본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를 발단으로 그가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드루킹의 방대한 댓글조작의 공범이 됐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이 이 같은 주장을 하게 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드루킹 일당이 시연회 날 작성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라는 MS 워드 파일이다. 김 지사를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진 이 파일에는 드루킹이 이끈 단체 ‘경인선’과 킹크랩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김 지사는 파일 앞부분의 경인선 소개를 본 기억이 있지만, 킹크랩에 대한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특검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은 파일의 절반만 봤다는 김 지사 측 진술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하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실제로 시연회 당일 새벽에 개발이 완성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디지털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영장심사에서 시연회 당일 김 지사가 출판사에 머무르던 시간에 드루킹 일당의 네이버 아이디가 빠른 속도로 로그인·로그아웃을 반복한 기록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네이버 로그인→호감·비호감 클릭→로그아웃을 반복하는 식으로 구동되는 점을 고려할 때 김 지사 방문 당시 킹크랩 시연회가 실제 열렸음을 입증하려는 취지다. 

다만, 특검은 드루킹 측의 시연회 준비 상황이나 시연회가 실재했는지와 별도로 김 지사가 시연회를 참관하거나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외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김 지사는 이 점을 파고들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내세우는 물증은 모두 ‘정황’에 불과할 뿐 자신이 실제로 시연회를 보고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는 점을 직접 입증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특히 킹크랩 시연회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진술을 그대로 신빙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9일 드루킹과의 대질신문에서도 드루킹이 기존 주장을 뒤집고 시연회 당시 김 지사와 독대했다고 진술하거나, 김 지사가 “킹크랩은 적법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근거다. 

법원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나온 특검과 김 지사의 주장을 모두 종합해 심리한 뒤 김 지사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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