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폭염일수 28.8일, 1994년 27.3일보다 많아
열대야 15.7일로 역대 2위, 해수면 온도도 급상승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사상 최악의 메가톤급 폭염이 덮치면서 한반도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최고기온을 연일 갈아치울 정도로 수은주가 치솟았고 일사량 역시 폭증했다.
 

1994년 폭염을 넘어…티베트·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더 강해
 

    농작물은 말라 죽고 가축은 맥없이 쓰러졌다. 하천·저수지 물고기가 곳곳에서 폐사했고 동해와 서해, 남해의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양식어류마저 떼죽음 당했다. 온열 질환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견디기 힘든 폭염이 아프리카를 방불케 한다고 해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여름철 기온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보다 높게 상승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열대화를 넘어 열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여름 들어 지역별 최고기온은 전국 곳곳에서 연일 경신됐다.

    지난 1일 강원 홍천의 수은주가 무려 41도까지 치솟았다. 2012년 8월 6일 기록된 37.9도의 최고기온을 6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같은 날 강원 춘천 40.6도, 경북 의성 40.4도, 경기 양평 40.1도, 충북 충주 40도의 극값이 기록되는 등 한반도 전역이 가마솥더위에 시달렸다.

    서울에서도 같은 날 수은주가 39.6도까지 치솟았다. 1943년 8월 24일 38.2도까지 치솟았던 역대 기록이 75년 만에 깨진 것이다.

    이날 베트남 다낭 34.6도, 이집트 카이로 36.8도, 튀니지 젠두바 37.6도를 기록했는데, 모두 서울 기온을 밑돌았다. '서프리카'라는 신조어가 과장된 우스갯소리가 아닌 셈이다.
 

펄펄 끓는 도심[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양의 수은주도 35도 안팎을 가리키는 등 올해는 북한 역시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한반도 전체가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것이다.

    기상 관측 이래 폭염 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94년이었다.

    전국이 온실 속에 갇힌 것 같다고 아우성이었던 당시 폭염 일수(8월 15일 기준)는 전국 평균 27.3일이었다.

    전국 45개 지점 낮 최고기온이 평균 내 33도 이상인 날을 폭염 일수에 포함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에만 전국 평균 15.5일의 폭염 일수가 기록됐다.

    이달 들어 폭염특보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난 15일까지의 폭염 일수는 1994년 수준을 웃도는 평균 28.8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수은주가 33도를 넘어선 날이 지난달 무려 16일에 달했고 이달에도 15일이나 이어졌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지역의 7∼8월 폭염 일수는 무려 32일을 기록했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어서면서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는 열대야 역시 올해 유독 심했다. 열대야가 가장 많았던 1994년의 평균 16일과 거의 맞먹는 15.7일이다.
 

열대야에 지친 서울의 밤[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7월 11일 최저기온이 25.7도를 기록한 이후 지난 15일까지 열대야 현상이 34일 이어졌다.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려 27일간 열대야가 지속했다.

    대전에서는 32일(지속일수 27일)간, 제주에서는 31일(지속일수 28일)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이후 총 27일의 열대야가 기록된 서울에서는 밤새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마저 나타났다.

    한밤의 온도가 한여름 낮 온도에 버금가는 것이어서 에어컨에 의지하지 않고는 잠이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난 2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30.3도를 기록했는데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최저기온이었다. 이튿날인 지난 3일 서울의 최저기온 역시 30도를 기록했다.

    메가톤급 폭염에 바다도 몸살을 앓고 있다.

    평균 25도 등수온선이 2016년 7월 충남 태안과 울산 인근 해역으로 그어졌으나 지난해에는 백령도와 속초, 올해에는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서울 시내[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몇 해간 직접적인 태풍의 영향이 적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대기 온도 상승, 일사량 증가가 해수면 온도를 끌어올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부쩍 심해진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한 단면이지만 열대와 온대의 중간지역에 나타나는 아열대 기후가 한반도에서 점점 굳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열대는 1년 중 4개월에서 11개월에 걸쳐 월 평균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지역을 일컫는데, 이미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아열대 기후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아열대 기후의 북방한계선에서 자라는 대나무가 지금은 서울에서도 잘 자란다"며 "아열대성 기후가 향후 더 북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과거 100년간 1.4도 올랐는데, 앞으로는 기온 상승이 빨라질 것"이라며 "역대 최고기온을 넘어서는 날이 매년 많아질 수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한반도 북측까지 아열대 기후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