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갈등
한걸음 물러서 실마리 풀어가야
힘든 난관 극복하고 변화 일어나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최근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에서 활동 중인 김세영 프로가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 타와 최다 언더파라는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하였다. 우승 소감에서 그녀는 후원회장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그 조언은 단순했다. “전체적으로 스윙할 때 너무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녀는 누구나 해줄 수 있는 그 조언을 듣는 순간 마치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잃어버렸던 뭔가를 다시 찾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조언이었는데 말이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고 답했다. 자기의 직분인 기본에 충실하라는 거다. 힘들수록 난관을 극복하려니 오히려 불필요한 힘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힘들수록 힘을 빼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도 갈증해소에만 만족하지 말고 근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기본으로 돌아가 보아야 비로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러 불가피하게 엉켜있는 소소한 문제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최근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도 가택의 신이 “잘 안 풀릴 때는 거꾸로 생각해봐”라는 대사가 나온다. 군대에서도 부여된 작전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술적 결심 수립절차’라는 논리적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가운데 지휘관이 하달하는 계획지침에 ‘End State(최종 상태)’라는 개념이 있다. 계획 초기부터 이 임무를 완료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구상하는 것이다. 매사가 시종일관(始終一貫) 잘 유지되기는 어렵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거품현상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계획 당시 초기 모드로 돌아가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필자 또한 대대장으로 부임했던 초기에 의욕만 넘쳐서 부대원들의 정서는 무시하고 무리하게 지휘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부하들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간부들에게 당분간은 이전 지휘관 방식대로 하라고 했다. 간부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과 조금씩 교감해가면서, 무리하지 않고 서서히 바꾸어 나갔다. 그리고 1년 뒤 원했던 대로 대부분을 변화시켰다. 그때 알게 되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게 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것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우선 생각해본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다시 점검해보고 그리고 결코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적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준비해 나가는 자만이 그 기적을 맛볼 수 있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라지만 우연히 우승을 거머쥐는 선수는 거의 없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은 짜릿한 승리의 쾌감보다 실패의 좌절로 쓰라림을 경험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성공한 골프 프로선수들도 시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서 힘부터 빼는 연습을 한다. 1m 거리 퍼팅 연습을 100번 반복하는 등, 땀과 눈물과 인내의 시간만이 그 달콤한 승리의 기적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흔히 바둑을 둘 때 승부에 집착하여 몰입하다 보면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놓칠 수 있다. 오히려 구경하는 사람들이 수를 더 잘 읽을 수 있다. 김세영 프로의 후원회장 말처럼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를 조망하면서,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본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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