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울산지역 정당의 조직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최근 울산시당위원장 선출을 완료했고,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민중당 등 야당도 울산시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공모에 돌입하거나 준비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각 시당위원장들은 내후년 치러질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지금부터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하는 막강한 임무를 갖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각 정당들이 차기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울산지방정부를 모두 석권하고 의회까지 사실상 장악했다. 이미 구속된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달리 민심을 살피는 대통령,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대통령 등 문풍(문재인 바람)의 영향이 없진 않았겠지만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보수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보수의 텃밭으로만 여겨졌던 울산의 민심은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울산지역 6개 선거구에서 모두 5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시장·구청장·군수 모두 새누리당에서 배출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표심은 보수정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부터 보수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6개 선거구 중 새누리당은 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 중 2곳(남갑·남을)에선 겨우 2%p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당시 무소속 김종훈(동구)·윤종오(북구) 후보가 60% 전후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과는 대조됐다. 한국당으로선 차기 선거에 대비해 인적 쇄신이나 변화 또는 혁신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하다보니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후에는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당위원장이 사퇴한 것 이외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민주당은 어떨까. 시당 차원에서 당선인들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37.3%로 하위권(17명 중 15위)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뚜렷한 실정(失政)이 없었지만 당선 득표율(52.9%)에 비해 15.6%p 떨어졌다. 소통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면서도 고위직 인사 문제에 있어선 논공행상식 보은·정실인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은 아닐까.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소수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결 원칙만 강조한다거나 지방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겸손함은 고사하고 대단한 완장이라도 찬 듯한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동료의원 또는 시의회 직원 사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울산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연속성 있는 집권이 중요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해 다시 채찍질을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서서히 등을 돌렸듯이 민주당 역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은 한국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첫 심판대는 내후년으로 예정된 제21대 총선이다. 조직 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각 정당 시당은 지역 정치인들이 울산의 발전을 도모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심부름꾼이 될 수 있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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