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기술교육원 앞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창궐

조기방제 실패가 원인 분석

동구청, 긴급 방제작업 나서

▲ 17일 현대미포조선 기술교육원 앞 산책로에 미국흰불나방 유충 수백마리가 나타나 동구청이 긴급 방제작업을 펼쳤다
조기 방제 실패로 울산 동구 일대 가로수와 산책로 데크가 애벌레떼의 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방문한 울산 동구 현대미포조선 기술교육원 앞. 미포로를 따라 늘어선 왕벚나무마다 3~5㎝ 길이의 애벌레가 우글거렸다. 애벌레에 점령당한 나무는 잎이 다 뜯겨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였다.

300m 구간의 바닥은 수백 마리의 애벌레가 꿈틀거리거나 죽어있어 주변을 지나가는 이들이 혐오감에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나무뿐만 아니라 산책로 데크 기둥에도 애벌레 수백마리가 붙어있었다.

이곳을 점령한 애벌레들의 정체는 외래종인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로 감·단풍·벚나무 등 거의 모든 활엽수 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흰불나방은 암컷 성충 한 마리가 600~7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데 부화한 애벌레는 실을 토해 나뭇잎을 싸고 집단으로 갉아먹으며 인근 나무로 계속 옮겨가기 때문에 발생하면 급속하게 퍼져 그 피해가 상당하다. 나무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 닿을 경우 피부병도 일으킨다.

방어동에 사는 김순희(여·52)씨는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 수준인데 무서워서 여기를 어떻게 지나가냐. 벌레가 너무 많으니까 인근에 무슨 병이라도 도는 걸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 애벌레 창궐 사태는 성충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조기 방제를 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동구청은 이곳에 애벌레가 창궐하는 이유를 바로 옆 현대미포조선 내 자라는 왕벚나무에 대한 방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미포조선 안 왕벚나무의 경우 관리 주체가 미포조선이다. 아마 공장 안 나무에 방역이 제때 되지 않아 흰불나방이 알을 많이 낳았고 이 애벌레들이 공장 밖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민원을 접수한 동구청은 비가 그친 지난 17일 뒤늦은 긴급방제 작업을 펼쳤다. 문제는 지자체의 긴급 방제 작업에도 급속도로 번식한 애벌레를 단번에 퇴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데 있다.

지금처럼 사유지 내 나무에 대한 방제를 사유지 지주에게만 맡길 경우 자치단체 관리망에서 벗어나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같은 상황이 재발될 여지 역시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사후약방문’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는 주로 5월과 8월에 걸쳐 두차례 나타나는데 조기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에 대량 창궐한 걸로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철저히 방제 작업을 하지 않으면 내년엔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피해 지역 집중 방제 뿐만 아니라 봉수로 인근에도 예방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며 “20일에도 한 번 더 방제작업을 하고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하면 계속 방제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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