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칠석날 행해지는 이런 믿음은 견우직녀와 하등 연관이 없다. 이런 믿음은 모두 북두칠성(北斗七星)에서 기인한 것이다. 다만 ‘칠석(七夕)’과 ‘칠성(七星)’이 비슷하게 발음되고 ‘7(七)’이라는 수가 공통으로 들어가 민간에서 이같은 ‘칠석신앙’이 안착하게 된 것이다.
7개의 별이 국자(斗) 모양으로 박힌 북두칠성은 ‘7’를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닮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교는 우리민족에게 북두칠성의 우주질서를 체험하게 하고 배고픈 백성들에게 밥을 퍼 주는 ‘북쪽 일곱 별’의 신앙을 갖게 했다. 이 칠원성군(七元星君, 칠성)은 무당의 신당(神堂) 속으로, 절의 칠성각(七星閣) 안으로, 별이 잘 보이는 언덕배기 칠성단(七星壇)으로, 그리고 만 백성들의 마음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갔다.
아빠, 왜 북두칠성이야?/ 별이 일곱 개니까/ 그럼 내가 별이 되면?/ 그야 북두팔성이지…
북두칠성(정호승, 동시)
실제로 국자자루 끝에서 두번째 별에는 보일듯 말듯한 작은 별이 하나 더 있다. 큰별은 ‘미자르’, 작은별은 ‘알코르’라고 부른다. 로마시대 때 군인의 시력을 이 두별로 측정했다고 한다. 별이 두개로 보이면 ‘합격’, 하나로 보이면 ‘불합격’.
북극성은 북두칠성의 국자 깊이를 다섯 번 더한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천제(天帝)가 살고 있는 궁궐이다. 이름하여 ‘자미궁(紫微宮)’. 임금과 왕비, 태자, 후궁 등이 산다. 이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담벽을 ‘자미원(紫微垣)’이라고 부르는데, 이 담벽 안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하와 장군들이 포진하고 있다.
중국 북경의 자금성(紫金城)은 자미궁을 본 떠 지은 것이다. 이름도 자미궁의 ‘자(紫, 자줏빛)’자와 금지한다는 뜻의 ‘금(金)’자로 지었다.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성, 자금성. 여기에 천제(天帝)의 아들 천자(天子)가 살고 있다.
그런데, 자미궁도 좋고 자금성도 좋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일자리가 바닥난 요즘, 백성들에게는 삼시 세끼 밥 퍼주는 북두칠성 ‘국자보살’이 최고다. 이재명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