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선임기자
칠석(七夕)이 나흘 지났다. 고래로 칠석날에는 여러가지 신앙행위가 행해졌다. 각 사찰의 ‘칠성각’에서는 ‘칠석재(齊)’를 올렸고, 부녀자들은 장독대 모퉁이에 ‘칠성단’을 쌓고 ‘북두칠성’에게 소원을 빌었다. 부엌에는 정화수를 떠놓고 건강과 무병장수, 풍년을 기원했다.

그러나 칠석날 행해지는 이런 믿음은 견우직녀와 하등 연관이 없다. 이런 믿음은 모두 북두칠성(北斗七星)에서 기인한 것이다. 다만 ‘칠석(七夕)’과 ‘칠성(七星)’이 비슷하게 발음되고 ‘7(七)’이라는 수가 공통으로 들어가 민간에서 이같은 ‘칠석신앙’이 안착하게 된 것이다.

7개의 별이 국자(斗) 모양으로 박힌 북두칠성은 ‘7’를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닮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교는 우리민족에게 북두칠성의 우주질서를 체험하게 하고 배고픈 백성들에게 밥을 퍼 주는 ‘북쪽 일곱 별’의 신앙을 갖게 했다. 이 칠원성군(七元星君, 칠성)은 무당의 신당(神堂) 속으로, 절의 칠성각(七星閣) 안으로, 별이 잘 보이는 언덕배기 칠성단(七星壇)으로, 그리고 만 백성들의 마음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갔다.

아빠, 왜 북두칠성이야?/ 별이 일곱 개니까/ 그럼 내가 별이 되면?/ 그야 북두팔성이지…

북두칠성(정호승, 동시)

실제로 국자자루 끝에서 두번째 별에는 보일듯 말듯한 작은 별이 하나 더 있다. 큰별은 ‘미자르’, 작은별은 ‘알코르’라고 부른다. 로마시대 때 군인의 시력을 이 두별로 측정했다고 한다. 별이 두개로 보이면 ‘합격’, 하나로 보이면 ‘불합격’.

북극성은 북두칠성의 국자 깊이를 다섯 번 더한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천제(天帝)가 살고 있는 궁궐이다. 이름하여 ‘자미궁(紫微宮)’. 임금과 왕비, 태자, 후궁 등이 산다. 이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담벽을 ‘자미원(紫微垣)’이라고 부르는데, 이 담벽 안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하와 장군들이 포진하고 있다.

중국 북경의 자금성(紫金城)은 자미궁을 본 떠 지은 것이다. 이름도 자미궁의 ‘자(紫, 자줏빛)’자와 금지한다는 뜻의 ‘금(金)’자로 지었다.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성, 자금성. 여기에 천제(天帝)의 아들 천자(天子)가 살고 있다.

그런데, 자미궁도 좋고 자금성도 좋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일자리가 바닥난 요즘, 백성들에게는 삼시 세끼 밥 퍼주는 북두칠성 ‘국자보살’이 최고다. 이재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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