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다른 불편한 생활
‘맨땅에 헤딩하기’ 펴내

▲ 소설가 고금란(사진) 작가가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호밀밭)을 펴냈다.

소설가 고금란(사진) 작가가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호밀밭)을 펴냈다.

그의 글은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한다. 산전수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그가 들려주는 마음 속 이야기를 읽노라면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쓴 글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현재 부산소설가협회장인 그는 부산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과 글밭을 일궜지만, 그의 집은 울산 울주군 언양 언저리의 고둥골에 자리하고, 그 이전에는 사연댐 안쪽 한실마을과도 꽤 오랜 인연을 맺어온 터다. 당연히 그의 글 속에는 자수정, 언양장, 반구대와 같은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 소설가 고금란(사진) 작가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맨땅에 헤딩하듯’ 그렇게 시골 생활을 시작한 저자에게 시골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듯 인도로 떠난 저자는 결국 그 모든 고통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저자는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고 말했다.

고금란 작가는 1994년 계간 문단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농민신문에 소설 ‘그들의 행진’이 당선됐다. 소설집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과 산문집 <그대 힘겨운가요 오늘이> 등을 펴냈다. 부산소설문학상(2011)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070·7701·4675.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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