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사회적 피해 가져오는 재난
정부 차원 폭염 대책 극대화하려면
국민 상호간 관심과 배려도 따라야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 같다. 7월11일 장마가 일찍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면서 폭염과 관련된 각종 기록들이 갱신되고 있다. 서울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인 39.6℃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홍천에서는 41℃를 기록해 우리나라 최고값(1942년 8월1일, 대구)을 갈아치웠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9.2일로 역대 가장 많았으며, 열대야 일수는 15.7일로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5월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가 하면 2016년은 처서를 지나 8월25일까지 늦은 여름까지도 폭염이 지속되기도 하는 등 폭염 발생기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폭염이 위험한 이유는 이러한 이상적인 폭염 현상뿐만 아니라 고령화, 도시화 등으로 인해 우리사회가 점점 더 폭염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인구 구조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해 가까운 미래(2020년 경)에 폭염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 발표한 바 있다. 시나리오는 장마가 빨리 끝나고 더위가 일찍 시작돼 폭염이 약 한달간 지속되면서 일 최고기온이 40℃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교통, 보건, 농림어업, 수자원 등 사회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행히도 이러한 전망은 예상보다 일찍 우리에게 찾아왔다. 8월18일 현재 온열질환자는 4368명이며 그 중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11년부터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자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이며, 이제는 역대 2위가 된 2016년 여름 온열질환자가 총 2125명, 사망자가 17명임을 감안하면 올 여름 얼마나 이례적인 피해가 발생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올 여름 온열질환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약 70%로 높았으며,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2세, 4세 아동이 차량에 갇혀 사망한 사고도 포함돼 있다. 실외 작업장에서도 피해가 많이 발생하였고, 외국인 근로자가 폭염 경보가 발효된 낮 동안 밭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폭염으로 인해 닭, 돼지, 오리 등 가축은 572만2000마리가 폐사했으며, 넙치, 강도다리, 전복 등 어류도 149만9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해 도로가 열에 의해 파여 솟아오르고, 차량의 타이어가 터지고, 고속열차가 감속 운행되는 등 교통관련 피해도 이어졌으며, 과수, 채소 등의 농작물 피해도 다발했다.

폭염이 단순한 한여름의 더위를 넘어서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재난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공공기관에서는 노약자와 홀몸노인, 쪽방 거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강화했고, 작년 12월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외부 작업장 근로자에 대한 온열질환 예방조치 의무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올 연말까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명시하고 그에 따라 폭염 재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여 폭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복합재난에도 대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스스로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과 상호간의 관심과 배려가 없다면 정부의 폭염대책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폭염은 지진, 태풍과 같은 다른 자연재난과는 달리 오랜 기간 지속되고 거의 전 국민이 동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누구나 방심하게 되면 직접 폭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폭염 혹은 더 심한 폭염이 당장 내년에 다시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