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판매·항구건설·선거비용등
중국의 지원 약속에 수교 수립
대만 수교국 17개로 줄어 고립 가속
“중국의 횡포 양안관계에 부정적”

▲ 21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빈관인 조어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와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외교장관이 양국간 수교 체결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엘살바도르가 이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체결하면서 대만의 수교국은 17개 국가로 줄었다. 베이징=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엘살바도르가 21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는 전격적으로 수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어들어 국제 사회에서 고립이 가속하게 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베이징(北京) 조어대(釣魚台)에서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과 이런 내용의 ‘수교 수립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엘살바도르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엘살바도르에 군사무기를 판매하고 항구 건설과 선거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비롯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도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의 수교국을 끌어들인 셈이라 향후 미중 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엘살바도르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양 국민의 이익을 위해 오늘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기로 했다”면서 “양국 정부는 서로 존중하면서 영토 보존,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엘살바도르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중국이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인정했다”면서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하면서 어떤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 중국은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대만 외교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만 외교부는 “최근 엘살바도르가 거액의 자금을 요구하며 항구 개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타당성이 떨어져 응하지 않았다”면서 “대만 정부는 양국의 복지 및 농업 발전에 관련한 건설 사업 증액을 고려했으나 불법적인 정치 헌금 등을 통한 중국과의 경쟁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외교가 계속 탄압받고 있으므로 대만 사람들은 단결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횡포는 양안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주권을 더욱 단단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대만은 2년 새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등 4개국과 단교했다.

베이징·타이베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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