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의 지원받아 해외출장

결국 국민의 혈세로 외유한 셈

잘못된 관행 더이상 용납 안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 38명의 명단과 조사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명단에는 문 의장도 포함됐는데, 지난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시절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며, 한국국제협력단에는 외통위 의원들의 해외출장을 지원, 자신들의 사업실태와 환경을 보고하고 해외사업을 돕기위한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한다.

국회에는 소관 업무 별로 상임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별로 나뉘어 소속된다. 상임위원회 별로 소관 업무에 속하는 피감기관이 정해지고 피감기관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속한 국회의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게 될뿐더러 피감기관의 사업에 대한 입법적 내지 예산적 지원도 요청하게 된다.

그러므로 해당 상임위원회의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은 그야말로 ‘갑’과 ‘을’의 관계이다. 그런데 피감기관도 정부기관이거나 정부투자기관이어서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회의 감사와 감독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소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등에 대해 해외출장을 지원하는 것은 문 의장의 경우처럼 피감기관이 자신들의 사업실태와 환경을 국회의원에게 보고하고 자신들의 해외사업을 돕기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피감기관의 이익을 벗어나 국가적으로도 필요불가결한 것인지가 의문일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의 사업이나 활동에 있어 국회의원이 알아야 하거나 이해가 필요한 사안이 있고 이를 위해 해외로 나가서 그에 관한 견문을 통해 사안을 이해하거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피감기관의 활동에 도움이 될뿐더러 그것이 국가의 이익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정도가 된다면 그러한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은 필요하며 예산의 지원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누구도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피감기관의 이해에 그치는 정도의 사안이라면 국가의 예산이든 피감기관의 지원이라는 형태로 변형된 세금이든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15년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자유한국당 의원 2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이 UAE와 남수단을 방문했는데 1인당 항공료가 1200만원이었다고 하고,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피감기관 해외출장’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지원받은 항공권 가격은 1476만원이었다. 더구나 김기식 의원은 여비서의 여행경비도 피감기관으로부터 지원 받았다. 과연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항공료를 지불하고서 국회의원을 해외로 보내 견문을 넓혀야 할 만큼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이었을까?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이는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자체의 예산으로 편성해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을 지원하는 형태로 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실무적인 해외출장이 되어야지 고급 외유나 향락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상임위원회의 의결로 꼭 필요한 인원을 해외 현지로 출장보내고 충실한 보고서를 제출케 하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예산 활용의 효율도 높여야 할 것이다. 만약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이 아니라 해당 피감기관이 국회의원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기 위하여 향응을 베풀거나 피감기관의 이해득실에 따라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다면 이는 뇌물죄와 국고손실죄의 적용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피감기관의 이해에 관하여 국회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비행기 1등석에 태워 여비서와 함께 해외로 보내는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회는 피감기관의 지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에 대한 자체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피감기관의 지원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 개혁을 통해 적폐를 청산할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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