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왕 교육학박사 울산평생교육진흥원 부원장

독일의 옛 수도 본의 시내 한복판 르네상스양식의 고풍스런 건물에 시민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본 시민대학은 1904년 설립되었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100여개의 강의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몇 년 전에 새로 오픈했다. 독일의 시민대학은 포크스호크슐레라고 하는데 자치주마다 하나씩 있다. 작은 시민대학을 합치면 전국에 900여개나 된다. 독일의 시민대학은 귀족이나 성직자를 위한 교육에 뿌리를 둔 대학(School, Universitas)과는 달리 산업혁명 이후 시민적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 속에서 시민사회의 성장과 괘를 같이했다.

우리나라의 시민대학의 출발은 독일과 다소 다른 1990년대 학습사회, 평생학습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일부 기초자치단체에 의해 설립됐다. 최근에는 대전과 서울을 시작으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역에서 가까운 중심가에 옛 충청남도 도청건물을 리모델링한 대전시민대학이 있다. 대전시민대학은 80여개의 강의실을 갖추고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설립과 함께 2015년 개관하였다. 서울에는 최근 광화문 근처 인왕산 자락에 서울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이 개관했다. 과거 기상청 건물을 강의실과 카페를 갖춘 시민대학으로 리모델링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이곳 이외에 시청, 은평, 금천 뚝섬, 중랑의 다섯 곳에 권역별의 학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울산은 대전이나 서울과 비견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2016년부터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울산시민학사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울산시민학사 울산지역학과정은 지난 4월부터 울산의 자연, 역사, 건축, 문화, 인물, 산업, 역사문화 탐방 등 울산지역학 교육 과정이 진행되었고 7월 하순에 15주의 과정을 마치고 제 3기 수료식을 가졌다.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은 이들 수료생들에게 수료 이후에도 계속해서 울산지역학과 관련한 연구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이나 대전처럼 독립 건물은커녕 변변한 강의실도 없고 울산지역학이라는 한 과정만 운영하면서도 굳이 시민학사라는 다소 생소하고 거창한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 울산에도 언젠가 그럴싸한 시민대학이 생길 것을 고려해서 였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평생교육법 전면 개정과 함께 국가단위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광역단위의 광역평생교육진흥원, 기초단위의 평생학습관간의 연계와 협력을 축으로 하는 국가평생학습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평생교육법이 평생교육을 국가 사무에서 자방자치 사무로 이관하도록 개정되면서 시민학습과 평생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는 시도와 그렇지 않은 시도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울산은 그동안 시민의 삶과 도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시민학습, 성인학습,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다소 부족했다. 이제 새로운 민선7기를 맞이해 울산형 시민대학의 설립과 시민학사의 제도화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

시민대학이 설립되면 민간영역의 평생교육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가칭 울산시민교양대학은 민간에서 수행되는 취미, 교양형태의 평생교육이 아닌 시민의 지성을 기르고 교양을 갖춘 시민으로의 성장을 돕는 일에 집중한다면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규모면에서도 타 도시처럼 그렇게 클 필요도 없다. 시민학습에 대한 민간 영역과 공적 영역, 시장성과 공익성을 따져 운영하면 민간 영역과의 마찰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대학이 시민력을 함양하는 목적에 충실하고 민간 평생교육기관과 시민단체와 상생의 평생학습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오히려 울산의 평생학습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사회는 지성과 품격은 사라지고 거짓과 선동이 난무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배제와 증오가 확대되고 있다. 인간이 전 생애를 통해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 1997년 함부르크 성인교육 선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평생교육은 이제 절제되고 성찰하는 시민성을 위해서라도 권리가 아닌 의무가 되었다. 울산을 보다 품격 있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평생학습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 울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울산시민교양대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신기왕 교육학박사 울산평생교육진흥원 부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