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걷기좋은 도시, 한옥마을 전주(끝)

▲ 울산 중구문화의거리.

전주시 ‘걷고싶은도시과’ 신설
보행환경 좋은 한옥마을, 걸어서 관광
노후화된 마을옆 왕복8차선 백제대로
차선 줄이고 보행자 중심 거리로 변경
無장애길 등 ‘도로관리 12원칙’ 수립

울산시 ‘워커블 시티’로 개선 기대
중구 원도심 시계탑 일원 보행환경 우수
인도 넓혀 보행자 중심의 거리 조성하고
차선 다이어트로 차량 이동은 불편하게
‘전선지중화’로 깨끗한거리 조성 효과도

전북 전주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대표 관광도시다. 인구가 65만여명임을 감안하면 관광객이 15배 넘게 방문한다. 특히 전주는 관광과 문화로 경제를 살려야한다고 보고, 도시 이미지와 보행환경 개선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전주시가 실시한 ‘첫 마중길 조성사업’이나, 조직개편을 통해 전주시청에 ‘걷고싶은도시과’를 만든 것은 보행안전에 중점을 두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시, 첫 마중길 조성·조직개편 등 친보행자 정책 성과

지난 17일 찾은 전주 한옥마을. 이날 폭염특보로 낮 최고기온이 36℃를 넘었지만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한 달간 77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된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의 대표적 관광지답게 걸어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보행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고사동 걷고싶은 거리, 영화의 거리까지도 걸어서 10~15분 가량으로 그리 멀지 않다.

이곳을 찾은 이선영(여·29·부산)씨는 “전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이동시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상가들이 밀집한 걷고싶은거리까지도 멀지 않아 둘러보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에 그치지 않고 전주시는 최근 차도를 대폭 줄이고 보행공간을 대폭 확장한 첫 마중길 조성사업도 실시했다. 전주역부터 명주골사거리까지 백제대로를 ‘전주 첫 마중길’이라고 명명하고 생태문화거리로 탈바꿈을 시도한 것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역 앞 우아1동은 지난 10년사이 사업장수가 9% 감소했고, 지은지 20년이 넘는 건축물 비중이 75%에 달하는 노후화된 마을이다. 왕복 8차선이었던 백제대로로 블록이 나뉘어져 이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 전주 첫 마중길

이에 전주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왕복 8차선의 백제대로 차선을 대폭 줄이고 새로운 보행자중심의 거리로 변경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했다. 교통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축소하고, 가운데 공간은 보행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주역 앞이라는 점을 고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처음 마주하게 될 전주역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전주시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문화공간으로도 꾸미고 있다.

또 전주시는 대표적으로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배려,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도 조성을 위해 도로관리 12원칙을 수립하고, 무장애길 조성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말께는 조직개편도 단행, 걷고싶은도시과를 신설해 운영중이다.

▲ 한옥마을

◇울산, 걷기좋은 환경 조성에 특화된 콘텐츠 개발 나서야

전 세계적으로 보행환경이 잘 조성돼있는 런던, 덴마크, 그리고 전주와 비교했을 때 울산은 어떨까. 울산에는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걷고싶은 거리’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울산의 지자체는 너도나도 보행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고 보행자 안전 확대를 외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정작 울산시민들과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렇게 느끼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 울산지역은 교통복지 수준이 가장 열악하다는 불명예스러운 지역으로 꼽혔다. 조사에서 울산은 여객시설의 주변 보행환경, 기준적합률, 저상버스 보급률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체감하는 보행안전과 보행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는 않다. 중구 성남동 시계탑사거리와 남구 왕생이길은 그나마 보행환경이 열악한 울산에서 보행환경 개선과 걷고싶은 거리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구는 원도심 시계탑사거리 일원에 전선지중화 사업을 실시, 전봇대를 모두 제거하고 거리 이미지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인도가 넓어져 보행자가 중심이 됐고, 차선 다이어트를 실시해 차량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 고사동 걷고싶은 거리 - 최근 전주시가 실시한 ‘첫 마중길 조성사업’이나, 조직개편을 통해 전주시청에 ‘걷고싶은도시과’를 만든 것은 보행안전에 중점을 두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전주 첫 마중길, 한옥마을, 고사동 걷고싶은 거리(위쪽부터).

울산교 방향에서 시계탑사거리 구간을 양방향 2차선에서 1차선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도를 기존 3m에서 6.8m로 늘린 것이다. 남구 왕생이길도 대표적으로 차량을 불편하게 만들고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거리를 조성했다.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보행자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인근 상권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50여년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절대 없다. 무수히 많은 결정과 계획, 실천이 합쳐져야 한다.

다행히 지금부터라도 울산에서도 작은 계획과 실천, 그리고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울산시는 보행자 중심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부터라도 국내·외 성공사례를 참조해 건물과 도로 등 하드웨어적 발전보다도, 보행자 중심의 환경개선과 울산에 맞는 콘텐츠 개발로 관광객들을 유입하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워커블 시티’로 탈바꿈해야 할 시점이다. 전북 전주 글=정세홍기자 사진=김경우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