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시와 구·군 단체장이 모두 바뀌었다. 새 단체장이 취임하자마자 개방형 고위직과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가 시작됐다. 개방형은 전부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단체장이 바뀌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나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때론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물러나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엄연히 임기를 보장해놓고 공채를 거쳤음에도 그것이 모두 형식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는 자유한국당도 그랬고 20여년만에 바뀐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결국 개방형 직위가 일반 공무원에게서 얻기 어려운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방편이라는 것은 허울일뿐, 단체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전문성이 중시되는 문화예술행정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시 소속의 울산문화재단 대표와 문화예술회관장, 울산박물관장까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 이들은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벌써 사표를 제출했다. 공무원 출신인 문화예술관장을 제외하면 문화재단이나 박물관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한 외지인들이다. 울산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공모를 통해 채용됐음에도 일괄사표 제출에 예외없이 적용됐다. 대책 없이 사표부터 받은 탓에 공석상태가 장기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울산은 문화예술분야에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곳이므로 외지에서 수혈을 받아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정주여건이나 임금 등의 대우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어서 원하는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전문가 영입이 어렵기만 한데 임기도 보장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표를 강요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 더더욱 전문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물론 애초에 전문성과 상관없이 측근 또는 공무원들의 자리마련에 급급했던 것이 더 큰 문제인 경우도 없지 않다.

문화예술 행정은 무엇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 개방직을 두는 것이나, 전문성과 경력을 인력 채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속성상 단기간에 결과를 얻기가 어려우므로 때론 임기에 급급하지 않고 연임을 통해 연속성을 중시하기도 한다. 채용조건에서 가장 중시돼야 하는 것이 ‘능력’이듯 임기를 보장할 수 없는 경우도 ‘능력 부족’ 외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안된다. 전문성이 중시되는 기관장의 임기가 단지 정치적 이유로 왔다갔다한다면 앞으로 전문직 공모의 결과는 보나마나이고, 문화행정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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