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과학’과 ‘공학’은 같은 이공계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많은 일반인이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화학과 화공,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같은 용어는 자주 듣지만 많이 헷갈려서 대학을 입학하는 학생들도 잘 모르고, 전공 선택을 잘못하여 대학을 다니다가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사실 과학과 공학을 구분하지 못해도 보통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불편한 게 별로 없다. 인류 최고의 천재인 뉴턴이 깊은 과학적 고뇌 끝에 발견한 만유인력을 몰라도 학교에서 시험볼 때 말고는 생활이 불편하지도 않고, 지구에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만유인력을 발견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떨어지는 사과를 쳐다볼 필요는 없다. 다만, 공학은 몰라도 되지만 공학의 결과물을 모르면 시대에 뒤쳐진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다.

우리가 사는 울산의 주력산업은 화학과 기계라고 볼 수 있다. 화학은 석유화학공단과 온산에 있는 화학공장들, 기계는 방어진 중심의 자동차와 조선회사들이라 할 수 있겠다. 울산에 화학회사가 많은데 실제 그 공장에 근무하는 기술자들은 화학보다 화공 전공 출신들이 많다. 화학과 화학공학을 보통 사람들은 구분하지 못하고 ‘화학’ 자만 들어가면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화학은 과학이고 화공은 공학이다. 화학은 기초연구가 핵심이다. 화학 반응식을 결정하고 반응 압력, 온도같은 기본적인 것을 실험을 통해 기초 조건을 결정한다. 화공은 화학이 결정한 조건을 토대로 최적의 공정을 설계하여 공장을 짓고 운전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화학은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니까 주로 대학 또는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연구소에 근무하고, 화공은 공장의 건설과 운전이 임무니까 주로 공장에 근무한다. 화학은 화학자(chemist)라 하고 화공은 화공 기술자(chemical engineer)라 한다.

자연과학대를 졸업하면 ‘과학자’가 되고 공과대학을 나오면 ‘기술자’가 되는 것인데, 과학자와 기술자도 혼동되는 용어 중 하나다. 여러 비교 구분법 중 몇가지 소개하면, 과학자는 연구를 하고, 기술자는 개발을 하거나 생산을 한다. 과학에는 반드시 이론이 있으나 공학에는 이론이 없을 수도 있다. 과학자는 무엇을 알아내는 발견이나 창조를 하고, 기술자는 그것을 응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인다. 과학자는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되지만 기술자는 품질과 가격에서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과 ‘기능’도 차이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일화인 명필 한석봉이 어릴 적 글씨 연습할 때, 어느 날 불을 끄고 어머니는 떡을 썰고 한석봉에게 글씨를 써보게 하니, 한석봉은 각성하여 더욱 열심히 글 쓰는 연습을 했다는 일화에서 어머니의 떡 썰기는 기능에 해당된다. 글쓰기도 그냥 베껴 쓰면 기능이지만 문장을 지으면 기술이 된다. 기능은 대체로 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숙련하여 경지에 이를 수 있지만, 기술은 숙달 외에도 다소의 창의성과 응용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에 큰 발전을 이룬 생명과학은 생명과 관련된 현상이나 생물의 여러 기능을 연구하여 의료, 환경, 인류복지에 사용하는 종합과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쯤부터 생물학 (biology)보다는 생명과학(life science)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생명과학 네 글자를 회사 이름에 붙이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 200여개의 4년제 대학중 약 150개 대학에 생명과학, 생명공학 또는 화학생명공학, 화공생명공학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학과가 있다. 뒤에 과학이 붙으면 순수 자연과학이고 공학이 붙으면 응용에 비중을 더 둔다. 생명과학이건 생명공학이건 생명이 키워드이고, 생명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조명을 받을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는 “생명과학이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과학과 공학을 포괄하는 실용 교육과정으로 의학생명, Eco환경, 바이오화학 세 분야의 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유전학, 생태학, 미생물학 같이 순수 과학 과목도 가르치지만 바이오 화학산업, 환경미생물공학, 바이오에너지 등의 과목을 교육함으로써 공업도시 울산과 나아가 국가와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미래의 실용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생명과학이 살아 숨쉬는 울산, 생태환경과 자연이 교감하며 조화를 이루는 울산을 꿈꾸며…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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