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지난 27일 ‘울산 학생의 학습선택권 보장을 위한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학생, 학부모, 학교 관리자, 교사가 한 모둠이 되어 ‘학생의 학습선택권이 보장되는 방과후학교 및 야간자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은?’을 주제로 70분간 토론했다. 교육감의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최근의 핫 이슈인 ‘방과후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교육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이들이 소통이 안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할 말이 많았다. 교사는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욕심을 부리고 지도했던 탓에 학생들은 강제라고 느꼈다. 학부모도 자식의 대학진학이라는 측면에서 학교가 잘 해주길 바랐고 그런 학교의 정책에 잘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 학생들에겐 강제라고 느끼게 했다. 학생은 면학분위기를 위한 과도한 지도가 강제라고 은연 중에 느꼈다. 사실은 모두는 공통된 목표인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학업과 진학이었을 것이다. 다들 방향이 달랐다. 즉 불통(不通)이었다. 서로 자신의 입장에 대한 설명 없이 예전처럼 해오던 것들이 서로에게 오해를 낳고 갈등하고 민원을 부르고 오늘날의 결과에 이르렀다.

모든 일에는 공(功)과 과(過)가 있기 마련이다. 학교에서의 방과후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이 그동안 학생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꾸준하게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수능과 내신이 중요한 입시 제도에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받아 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힘썼다. 우리는 때로 호랑이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호통치기도 했다.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고, 다들 노력한 만큼 좋은 대학에도 갔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교사들은 우리의 성과로 생각하고 마냥 기뻐했다. 학부모님도 우리 교사를 믿고 맡겨 주었고 자식이 좋은 대학에 진행하면 함께 기뻐했다. 아마 이것이 나름대로의 공(功)일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10년 전에 비해 학습자도 많이 변했다. 이전 산업시대에 어울리는 표준화 공장시스템의 다량 지식 저축자인 학습자가 아니다. 표현하고 만들고 조합하고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학습자들이다. 이들의 변화에 맞게 학교가 빨리 변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과(過)가 될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와중에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교육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학생의 학습 선택권과 관련된 선택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학생이 선택한 학습선택권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만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성숙된 자세도 길러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습을 선택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더 안정적으로 학습에 임할 수 있는 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외의 학생에 대해서는 더 다양한 거점형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지자체 혹은 구군 문화센터·시설관리공단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과후 시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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