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사람들은 기온이 어느 정도 될 때까지는 더위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떤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매우 급격히 더위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20℃에서 35℃까지에서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같은 비율로 더위를 더 느끼는 것이 아니다.

자연적인 상황에서 식물이나 동물의 번식도 시간에 따라 비례해서 번식하지 않는다. 어느 시점까지 매우 빠르게 증식하다가, 그 시점이 지나면 번식률이 멈추거나 감소한다. 이처럼 하나에는 하나 만큼, 둘에는 둘만큼 반응하지 않는 현상을 비선형 현상이라 한다.

뉴턴 이래로 과학은 선형의 세계에서 해석되고 발전되어 왔다. 선형이라 함은 중학교 때 배운 1차 함수의 성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선으로 표시되어 그 변화가 일정한 것이다. 예를 들면 뉴턴이 발견한 힘의 공식이 전형적인 선형식이다. 힘은 질량에 따라 중력가속도의 비율로 일정하게 변화하는데, 이 간단한 공식에서 명왕성 가까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선형성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 역학에서도 나타난다. 양자 역학의 중요한 2개 이론인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선형성에 기초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선형 현상 보다는 비선형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미시와 거시의 경계 부분에서 많은 비선형 현상이 나타나는데, 미시 세계의 이론이나 거시 세계의 이론을 적용할 수 없어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할 과학 이론이 부재하다.

수학에서도 비선형 분야는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도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인지도 비선형적 현상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어려워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선형적으로 사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어느 것 하나 선형적인 것이 많겠는가. 비선형적이면서 변곡점까지 있는 인생, 그래서 살아 볼만 할 수도 있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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