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울산폴리텍대학 겸임교수 (주)쓰리디허브시스템즈 대표

올 여름, 뜨겁게 우리의 휴대폰을 강타했던 안전 안내 문자의 주인공은 바로 폭염 경보. 올해의 불볕더위는 최고로 더웠다고 알려져 있는 1994년을 뛰어넘어, 기상관측 이래 기온도 가장 높고 영향력도 길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낮의 더위는 밤까지 이어져 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또한 어마어마하여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쳤다고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혹서에 취약한 노인들이 더위를 피할 곳을 찾아 최근 인천공항으로 공항 피서를 가는 사례도 등장하여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올해와 1994년의 불볕더위 공통 원인은 특수한 기압 배치라고 한다. 두 해 모두 우리나라 주변 대기 상층에 티베트 고기압이, 중·하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했다. 이런 가운데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맑은 날씨로 인한 강한 일사(햇빛) 효과까지 더해져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올해는 1994년과 비교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더 강하고 폭넓게 발달했으며, 이러한 불볕더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에 있는 여러 대륙과 나라에서 나타나 여러 재해의 원인이 되었다.

계속되는 폭염은 모두에게 힘들지만 나이가 많은 고령자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특히 이번 폭염은 저소득층, 주거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다. 낡은 선풍기를 작동시키는 전기 요금마저 아끼며 더운 쪽방에서 더위를 견디다가,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하루 벌어야 하루 먹고 살 수 있기에 야외에서 폐지를 줍다가. 이렇게 저렇게 폭염으로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취약계층의 폭염 사망자는 단순 변사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폭염 사망자가 알려진 수치보다 훨씬 많으며, 실제로 7월 변사자는 월평균보다 581건 증가하였다.

또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환자 71만명 중 62%가 면역력이 취약한 50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소위 칼로 쑤시는 듯한 어마어마한 통증을 겪는다고 알려진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때 발병하기 쉬우므로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데 저소득층 고령자는 면역력 관리가 쉽지 않다.

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열대야로 인한 만성 수면 부족과 피로 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며,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만큼 고령자가 대상포진에 걸리면 회복이 느리고 심하면 생명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여름의 더위와 관련 있는 질환 중 하나로, 온열질환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질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 여름의 폭염은 자연재해 급이었다. 온열질환자 발생은 말할 것도 없고 그로 인한 사망자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 쉼터 운영, 독거노인 방문, 방문 간호사와 희망매니저 등 재난도우미 지정 등의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정정하신 분만 오실 수 있는데 집에서 나가는 것조차 못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앞으로 더 더워질 일만 남았는데, 그에 비해 복지 대책은 아직까지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有備無患.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 내년의, 내후년의 불볕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 특히 더위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 고령자에 대한 폭염 정책은 더 촘촘하게 구성하여 노인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경식 울산폴리텍대학 겸임교수 (주)쓰리디허브시스템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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