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승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분변·피부·경구등으로 쉽게 전파
열성질환·수족구·포진성구협염
수막염·출혈성 결막염등 유발
합병증을 동반않는 감염증의 경우
대증적인 치료로 7~10일만에 회복
외출후 손씻기등 개인위생 철저를

엔테로바이러스는 보통 장바이러스라 불리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유행한다.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알려져 있으며 분변, 피부, 경구 등의 경로를 통해 소아에서 소아로 쉽게 전파된다. 소아는 면역학적으로 감염되기 쉽고 가족 내 전파도 쉽게 일어난다. 감염의 발생률은 성별과 무관하나 남아에서 더 심한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며 임상 증세의 심한 정도는 바이러스형에 따라 다르고 연령과 반비례한다. 배승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함께 엔테로바이러스군이 일으킬 수 있는 질병에 대해 알아본다.

◇열성질환·수족구병·포진성구협염

엔테로바이러스군이 일으킬 수 있는 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비특이성 열성질환’이다. 전구증상 없이 급성으로 일어나고 영유아에서는 발열과 병감, 연장아에서는 두통, 근육통이 있으며 그 밖에 구역, 구토, 경미한 복부 불편감, 설사 등이 따른다.

다음으로 흔히들 알고 있는 ‘수족구병(hand, foot, mouth disease)’이 있다. 혀와 구강점막에 궤양성 수포가 자리 잡으면 잘 먹지 못하고 비슷한 발진이 손등, 발등에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배승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수족구는 아이들끼리 피부 접촉으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전염성이 강해 보육시설이나 비슷한 또래가 모인 단체집단에서 격리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자연 치유되며, 수포가 났던 부위에 처음에는 딱지가 앉아 흉을 남길까 염려하지만 대부분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슷하게 입안에 구진, 궤양이 자리 잡는 ‘포진성구협염(herpangina)’이 있다. 이는 급작스러운 발열을 시작으로 구인두, 목젖부위에 1~2㎜ 크기의 작은 구진으로 시작된다.

배 전문의는 “포진성구협염으로 인해 아이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할 경우 수액치료 등으로 탈수를 막는다. 대부분 합병증 없이 일주일 정도면 점차 호전되지만, 간혹 무균성 뇌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균성 수막염·급성 출혈성 결막염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수막염’도 초여름부터 장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에 맞춰 유행된다. 임상증상으로는 발열, 두통, 구역, 구토가 대표적이며 근육통, 가벼운 인두염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여름감기나 냉방병으로 오인하고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있는데,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수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압을 높여 뇌부종이 오거나 심한 고열로 경련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배 전문의는 “가끔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걸릴 수 있냐고 의아해하는 부모들이 계시는데 흔히 영아시기에 맞는 뇌수막염 예방접종은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emophilus influenzae)에 의한 뇌수막염에 대한 예방적 조치”라면서 “이 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보다 훨씬 치명적인 진행 형태를 보여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편의상 뇌수막염 접종이라 부르는 것이지 장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과는 상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수막염’의 예후는 양호한 편이나 드물게 마비, Guillain­Barre증후군, 소뇌 운동 실조증, 말초 신경염, 급성 편마비, 사망 등 신경학적 합병증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배 전문의는 “수족구나 포진성구협염을 앓는 환아에서 뇌막염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낮에 진료를 보았더라도 밤에 무균성 뇌막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응급실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장아(만1세 이상 아동) 이상 성인에서 잘 보이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 불리며 눈-손-매개물-눈의 경로로 전파된다. 여름철 물놀이로 인해 발생되고, 전염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배 전문의는 “수영장이나 피서지에서는 물안경을 착용해 물과의 접촉을 막도록 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즉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엔테로바이러스는 ‘심낭염’ ‘심근염’ ‘고환염’ ‘부고환염’ ‘근염’ ‘관절염’ 등 여러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는 엔테로바이러스감염증의 경우 대증적인 치료로 7~10일만에 회복되며,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 이외에는 대부분 예후가 좋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족구병 이후 뇌염, 심근염, 폐출혈 등 심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 엔테로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배 전문의는 “올해는 4월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6월부터 대대적인 유행을 시작했다. 적어도 8월말까지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0~6세 발생률이 높으며 현재로서는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특이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손발을 잘 씻고 개인수건과 개인 컵을 쓰는 등 개인위생과 영양 상태를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유행 시기에 어린 연령의 유소아는 비슷한 연령의 어린이들이 잘 모이는 곳이나 물놀이 등 위생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