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18 참여하는 울산작가 조춘만

▲ 조춘만 작가가 독일 펠클린겐 폐산업단지를 담은 사진 작품들.

배관용접공 출신 사진작가
‘철 구조물’ 향한 애착 깊어
최근 獨펠클린겐 찾아 작업
생명 다한 기계앞에서 눈물

‘TEAF 2018’에 작품 전시
10월 스위스 10개국 순회전
국내작가로 유일하게 참여
11월 개인전·작품집 제작도

인체의 혈관처럼 얽혀있는 거대산업현장의 철 구조물들. 사진가 조춘만(62) 작가의 작업은 늘 그 곳에서 이뤄진다.

사진가 이전에 배관용접공으로 젊은날을 보냈던 그에게는 달라지는 산업현장을 바라볼 때마다 녹슬어가는 구조물처럼 자신의 추억 또한 한꺼풀씩 벗겨지고 바래지는 듯 하다.

조 작가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현장의 철 구조물이 오랫동안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고, 이를 필름 속에 담아두는 작업을 선택했다.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지, 한치 앞을 모르는 산업현장으로 틈만나면 달려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조춘만 작가가 독일 펠클린겐 폐산업단지를 담은 사진 작품들.

조선업과 석유화학 등 울산지역 산단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으로 보여줘 온 조춘만 작가가 최근 독일을 다녀왔다. 그는 펠클린겐 산업단지에서 울산의 미래를 보았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 곳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철모를 90% 이상을 만들던 곳.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던 생산라인은 경제성 문제로 30년 전 멈춰버렸다. 생명이 다한 기계의 죽음 앞에서 그는 끓어오르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생산공장 곳곳은 이미 풀과 나무가지로 뒤덮히며 서서히 자연과 하나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찬란한 영화의 뒤안길, 기계의 무덤같은 그 곳에서 울산의 산업 구조물 역시 언젠가는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는 요즘 울산에서 가장 바쁜 사진가 중 한 사람이다. 이번 독일 작업은 오는 11월 개인전을 통해 소개하고, 작품집으로도 제작한다. 10월부터는 스위스 국립로잔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기획전 일환으로 10개국 순회전에도 참여한다.

‘문명’이라는 주제 아래 300여점을 보여주는 전시행사인데, 5명의 국내작가중 조춘만 작가가 포함된 것이다. 내년에는 프랑스 소도시 순회전도 예정돼 있다. 그의 작품 18점이 이미 현지에 보관되고 있으며, 전시에 맞춰 프레임도 그 곳에서 제작된다.

▲ 조춘만 작가가 독일 펠클린겐 폐산업단지를 담은 사진 작품들.

부산고은사진미술관도 1년에 한명씩, 10년에 걸쳐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2019년도 작가로 그를 선정했다. 내년 5월이면 부산지역 산업을 조명하는 그의 개인전이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또 있다. 조 작가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2018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2018)에도 참여한다. 사진가인 그는 2장의 사진을 라이트박스 형태로 제작 해 행사장인 태화강지방정원의 포인트가 되도록 설치한다.

▲ 조춘만 작가가 독일 펠클린겐 폐산업단지를 담은 사진 작품들.

설치 장소는 행사장의 초입부, 미술제를 안내하는 운영본부(컨테이너박스) 지붕 위다. 앞뒷면을 장식하는 사진은 각각 선박건조 장면과 석유화학 공단의 모습이 담겨있다.

TEAF2018 관람객은 전체 24점의 설치작품 중 조 작가의 작품을 가장 먼저 감상하게 되고, 그 곳에서 전체 관람 동선을 시작하게 된다. 그만큼 작품이 띄는 상징성이 크다. 지금의 울산과 태화강을 있게 만든, 올해 미술제의 주제이기도 한 ‘잠시, 신이었던 것들’의 의미가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 산업현장을 기록하는 조춘만 사진작가.

그는 “늦깎이로 사진을 시작해 지금은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있다. 가장 든든한 지원자는 ‘집사람’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내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오랜시간 철과 동고동락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영원함은 없다는 걸 알게됐다. 거대한 산업풍경을 고스란히 필름에 남기고자 오늘도, 내일도 현장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문화와 사람’은 울산의 문화와 관련있는 인물을 섭외해 깊이있게 성찰하는 연재물 입니다. 앞으로 많은 성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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