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지방정원이 야외전시장으로 변모했다. 30일부터 오는 9월9일까지 11일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린다. 2007년 시작해 한해도 거르지 않아 올해로 12번째다. 올해는 ‘잠시 신이었던 것들’이라는 주제로 24개팀의 작품이 선보인다. 그 어느해보다 설치미술제라는 형식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대숲과 강물, 드넓은 둔치를 가진 태화강의 특성과 그 공간을 파고들어 예술적 감흥을 전달하는 설치미술의 향연이 얼마나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낼지 기대감이 높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본보가 ‘산업의 기적’을 이룬 태화강이 ‘생명의 강’을 거쳐 한단계 수준을 높여 ‘예술의 강’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고자 마련한 행사다. 울산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었다. 그동안 지역 예술인들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설치미술 작가들이 거의 참석해왔고 외국 작가들도 매년 3~10작품을 출품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대중음악공연처럼 요란함은 없지만 울산시민들의 정서에 깊이 자리를 잡아가는 한편 소리없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으면서 외지방문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설치미술제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설치’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근래들어 설치작품과 조각작품이 섞여 관람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면 올해 전시는 장소성을 최대한 살려 현장작업을 통해 얻어진 설치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리 제작된 조각작품을 옮겨와서 조형성을 중시하는 관람객의 기호를 만족시켰던 지난 전시회와는 사뭇 다르다. 하원 울산대학교 교수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서울도시갤러리추진단 불광천 프로젝트’ 등 공공미술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박수진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글로벌 설치미술제라는 정통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동안 설치미술제 답지 않게 조각작품의 비중이 높았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졌거나 설치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관람객이라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태국 아르헨티나 캄보디아 몽골 홍콩 스페인 베트남 뉴질랜드 등 그간 국내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는 국가의 작가 10여팀이 참여해 새로운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도 설레는 대목이다.

‘잠시 신이었던 것들’이라는, 다소 거창해보이는 주제도 알고 보면 부담스럽지 않다. ‘반구대암각화에 기록된 삶과 노동, 산업화를 지켜 본 태화강, 시민들의 힐링공간으로 거듭난 태화강지방정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이돼 온 울산과 도시, 그 속에서 살아숨쉬는 사람들의 터전과 이야기가 우리가 알던 신화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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