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게놈엑스포 2018’ 개최에 부쳐

▲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미국의 세계적인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머니로부터 유방암 발생율을 높이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이에 따라 그녀가 45세 때, 유방암 발병 확률이 87%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을 미리 제거해 암에 걸릴 확률을 5%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가족력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위험도를 예측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정밀의료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의 유전정보, 질병정보, 생활정보 등을 수집, 분석해 개인별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정밀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게놈 데이터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 기술뿐만 아니라 대량의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해독하는 ICT 기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게놈, 빅데이터분석, 인공지능기술의 융합에 따라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 실현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Frost&Sullivan에 따르면 정밀의료 시장은 2015년 384억달러에서 2025년 134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100만명의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를 목표로 2억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영국은 2012년부터 정부주도로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착수하여 환자 10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암·희귀질환 맞춤형 치료를 시작하고 있으며, 중국도 민간기업인 베이징게놈연구소(BGI) 주도로 향후 15년 동안 88억달러를 정밀의료에 투자하고, 세계 시장과 기술개발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추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를 수립해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차세대 바이오 먹거리에 대해 최근 울산이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국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해 우리나라를 세계 9위 무역대국으로 이끈 산업수도 울산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주력 제조산업의 성장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수출은 29.4% 하락해 전국 평균 대비 2배 이상 감소하고 있다. 울산은 이러한 주력산업 성장의 정체를 지역 주력산업과 바이오산업을 연계하는 게놈기반 정밀의료 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고, 국내 바이오경제를 주도하고자 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석유·정밀화학 기업들이 밀집해 전주기에 걸친 화학 산업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 바이오 신소재 등의 메디컬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또한 자동차·조선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바이오메디컬 장비 개발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정밀의료 산업은 생물학·화학·물리학·의료 등 다양한 기반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울산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주력 산업기반과 ICT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지식기반의 최첨단 정밀의료와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적의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14년부터 울산시와 UNIST는 인간게놈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행복생활권 게놈시범사업’을 비롯해 ‘1만명 게놈프로젝트사업’과 ‘게놈 건강레포트 제공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를 개소하고, 산학연관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또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는 2016년부터 ‘게놈 정보분석 가시화 개발사업’을 추진해 개인 유전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암분석 및 레포트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정부지원을 받아 ‘질병 예측·진단기술 상용화를 위한 시제품제작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내 ICT융합형 게놈기반 바이오메디컬 기업의 기술 상용화 지원을 전방위로 수행하여, 울산형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바이오경제를 선도하는 허브도시로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8월31일부터 9월1일까지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와 함께 세계 최초로 ‘게놈 엑스포 2018’을 개최한다. 영국의 10만명 게놈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Tim Hubbard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의 강연과 전시회를 비롯해 게놈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민체험 행사와 시민대상 강연도 풍성히 개최되어 게놈기술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국내 바이오경제를 선도하는 게놈 허브 도시 울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이제 울산 게놈산업의 심장은 새롭게 뛰기 시작했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함께 울산은 게놈 기반의 정밀의료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게놈·바이오 신소재 및 장비시약 등 기초소재 산업에서부터, 게놈 해독기·진단기 등 ICT융합 바이오메디컬 장비산업까지 적극 육성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시민들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청년들은 풍요로운 일자리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글로벌 게놈 허브도시, 울산’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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