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배경으로 한줄의 작품, 속삭임으로 다가와
숲에서 소리가 들렸다·그날 사슴은 고래가 되었다 2점
야간엔 화려한 LED조명 빛으로 또다른 분위기 자아내

▲ 리금홍 작가의 ‘그날 사슴은 고래가 되었다’ 김경우기자

리금홍 작가는 TEAF 2018 전시장에 2점의 작품을 설치했다. ‘숲에서 소리가 들렸다’는 그 중 한 작품이다.

한 줄의 문장으로 된 작품 제목이 그대로 한 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지난 봄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태화강지방정원의 작약꽃은 사라졌으나 아직도 그 날의 영화를 추억하는 색바랜 줄기와 잎사귀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 너머 바람따라 물결처럼 흔들리는 대숲을 배경으로 한 줄의 작품이 귓전을 스치는 속삭임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숲에서 소리가 들렸다… 숲에서 소리가 들렸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과연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새벽녘 이 곳을 찾은 이라면 촉촉한 이슬공기 머금은 강바람 소리와 잠에서 깬 댓잎이 부끄럽게 부벼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쨍한 한낮의 방문객에겐 또다른 소리가 들린다. 햇볕을 머금어 마른 땅은 연씬 열기를 뿜어내고, 그럴 때마다 껍데기만 남은 잎파리들은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바스락 바스락 마지막 신열을 토해낼 것이다. 초가을밤 정취를 즐기려는 밤나들이 감상객은 낮과는 또다른 풍경에 놀라게 된다. 칠흑의 어둠이 캔버스가 된다면, 한 줄의 문장은 LED 조명의 화려한 빛으로 옷을 갈아있고 선명한 자태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 리금홍 작가의 ‘숲에서 소리가 들렸다’ 김경우기자

작가 리금홍은 말한다.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각들을 더듬고 있다. 물 속에 살던 생물들이 땅 위로 올라왔던 아득한 기억들까지 불러 내려고 한다. 물 속에서 숨쉬는 법을 익히고, 땅바닥에서 발을 떼어 공중으로 날아 보기도 하고, 귀를 열고 머리카락을 곧추세워 소리의 움직임을 듣는 연습 중이다. 단련을 통해 변신하고 변심하여, 꿈과 현실과 어제와 내일을 오가며 세상 뭇 존재들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바로 옆, 같은 작가의 또다른 작품 ‘그날 사슴은 고래가 되었다’ 역시 우리에게 비슷한 감흥을 안겨준다. 울산과 태화강에 대한 기록을 문자와 소리로 보여주는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꿈과 현실, 어제와 내일을 오가며 보이지않는 ‘세상 뭇 존재’들을 상상하게 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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